최근 상황은 제조 대기업이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을 우회하거나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들 대신 고학력의 대졸 엔지니어를 많이 뽑아 그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제조 대기업의 관심사다. 저학력이지만 고숙련 공정을 담당했던 정규 생산직 노동자의 자리가 자동화와 로봇에 의해서나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저임금-저숙련 하청 노동자로 대체됐다.

중숙련 업무인 사무직 자리는 신규 채용 대신 ‘경력직 같은 신입‘이나 경력직을 통해 충원되거나, 전직을 바라는 엔지니어에게 돌아간다. 특히 산업도시에서는 사무직을 정규직으로 뽑지 않으려는 경향마저 있다. - P86

몇 년 전까지 화두가 됐던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처럼 도심의 공업 지대가 쇠퇴하고 나서 탈공업화 과정에서 상업지로 조성되는 사례는 많다. 지금은 ‘패션 피플‘과 예술가들의 성지처럼 불리는 뉴욕의 브루클린 같은 곳이 전형적 사례다.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더 익숙해진 화이자가 브루클린에 본공장을 갖고 있었다. 브루클린의 사례야말로 탈공업화 이후 전형적인 도심 공업 지역이 문화예술 산업으로 전환된 경우다. - P78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지자체는 산단 유치를 강력하게 히망하고 중앙정부는 이에 호응한다.(중략) 하지만 결국 제조 대기업의 하위 단계 하청이나 모듈 생산 공장이 산단에 입주하고, 단기 계약직 ‘뜨내기‘ 노동자나 저렴한 인건비를 맞추기 위해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는 상황이 된다.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만 양상되는 셈이다. (중략)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들은 공장에 가느니 배달이나 쿠팡 등의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 등 플랫폼 노동을 선택하고 만다. 여성 일자리는 아예 생겨나지도 않는다. - P84

한국식 생산방식은 일본이나 독일과 유사하게 애초 고졸 엔지니어도 많았고, 생산직과 엔지니어의 협업이 많았던 작업장의 역사도 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노사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함에 따라 사측이 미국식 경영 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밀어붙이고 생산 현장에서 가능하면 노동자의 숙련에 기반을 둔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애썼다. 물론 산업에 따라 일정한 차이는 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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