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화가 실제로는 세 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진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집중하는 실용적인 의사 결정의 대화가 있다. ‘어떤 기분인가?‘를 나누는 감정적인 대화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린 누구인가?‘를 탐구하는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대화가 있다. 대개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세 대화가 뒤섞이게 된다. 그러나 내 앞에 있는 상대와 동일한 유형의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면 서로 진정으로 통하게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시버스는 과학 저널을 탐독하던 중 2012년 독일의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학자들이 크리스티안 샤이들러의 소나타 D장조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들의 뇌를 연구한 논문을 발견했다. 연주자들이 각자 자기 악보에 집중해서 독주할 때는 신경 활동이 서로 상이했다. 그러나 합주 부분으로 넘어가는 순간 뇌 안의 전기 펄스가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마치 기타리스트들의 뇌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연결은 신체로도 이어져 모두 비슷한 속도로 흐흡하고 동공이 동시에 확장되었으며 심장도 비슷한 박자로 뛰기 시작했다. 피부를 따라 흐르는 전기 자극조차 빈번하게 일치했다.
직장 내 정치를 두고 뒷담화하거나 상대가 함께 아는 지인이 있는지 물어볼 때, 또는 종교나 집안 배경, 그 밖의 정체성이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할 때 우리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이 네트워크는 신경과학자 매슈 리버먼이 쓴 것처럼 "타인에 관해, 자신에 관해,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소통상의 오해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유형의 대화에 참여할 때 발생한다. 상대가 감정을 말하는데 나는 현실을 말하면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른 인지 언어를 사용하는 셈이다.(중략) 지금부터 배우자와의 대화가 다툼으로 번지는 순간이 오면 이렇게 슬쩍 물어보자. "지금 당신은 기분을 말하고 싶어? 아니면 우리가 함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거야? 아니면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문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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