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그러나 그런 설명으로 이 세상을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덫은 자기도 모르게 덜컥 걸려드는 법입니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많은 사람이 잘 실감하지 못하죠. 그런 구문을 이야기라는 차원으로 이행시키지 않으면 본질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책을 쓰면서 실감했어요.
무라카미: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죠. 결국 힐러리 클린턴은 집의 1층 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만 했고, 트럼프는 사람들의 지하에 통할 만한 이야기를 마구 던져서 승리한 셈이에요. 가와카미: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무라카미: 뭐랄까, 선동가라고까진 할 수 없어도, 트럼프는 고대 사제처럼 사람들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요령을 체득했지 싶어요. 그리고 그런 데서는 트위터 같은, 개인 대 개인의 디바이스가 강력한 무기가 되죠. 그가 구사하는 논리와 어휘는 상당히 반지성적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지하에 안고 있는 부분을 매우 전략적으로, 교묘하게 집어낼 수 있어요.
가와카미: 예를 들어 종교 교의는 가장 막강한 이야기죠. 우리에게는 이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게 만듦으로써 이야기가 실제로 움직이게 됩니다. 무라카미 씨가 만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혹은 시대가 낳는 갖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은 이 ‘무의식‘의 쟁탈전인데, 다들 그것에 큰 문제를 느끼지 않아요. 자신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막연히 선한 것을 낳는다고 생각하죠.
무라카미: 물론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말투에 매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귀기울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이스, 스타일, 말투를 매우 중요시하죠. 제 소설은 너무 쉽게 읽힌다는 말을 곧잘 듣는데, 당연합니다. 그게 저의 ‘동굴 스타일‘이니까. 가와카미: ‘동굴 스타일‘...! 무라카미: 네, 일단 눈앞의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거죠. 그러니 늘 하는 말이지만, 뭐가 됐든 알기 쉬운 말, 읽기 쉬운 말로 소설을 쓰려 해요. 최대한 쉬운 말로 최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하자. 마른오징어처럼 몇 번이고 곱씹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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