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에서 연대기와 테마가 충돌하는 그 밖의 많은 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항상 그렇듯이 연대기를 우선에 놓을까?나는 그만 포기하고 방향을 반대로 돌렸다. 특히 어느 일요일 아침, 미술관이 아직 ‘컴컴한‘ 시간에 호빙과 함께 그 어슴푸레한 공간들을 거닐던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는 스물 몇 점의 초상화가 걸린 작은 전시실에 오래 머물렀다. 한 인물에 대한 한 편의 글은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테마적 성격을 띤 각기 다른 몇 점의 초상화처럼 제시될 수 있었다. 주인공의 인생 연대기는 놔두면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 P69

구조를 세우는 일이 이렇게 간단한 경우는 드물다. 연대기와 테마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거의 항상 존재하며 전통적으로는 연대기가 승리를 거둔다. 이야기는 시간을 따라 한 시점에서 다음 시점으로 흘러가고 싶어하는 반면, 한 사람의 삶에서 이따금 불거지는 토픽들은 자기들을 한 군데로 모아달라고 아우성친다.(중략) <타임>과 <뉴요커>에서 10년을 보내고 나니 연대기의 압도적 승리에 매번 굴복하는 것이 답답하고 넌더리가 났다. 나는 테마가 지배하는 구조를 열망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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