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키 빌랄의 니코폴
엥키 빌랄 지음 / 현실문화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같은 SF배경이라도 일본 만화는 달짝지근하다. 심지어 폭력과 섹스를 다루더라도 아기자기하다. 일본 만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단순히 같은 동양 문화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반면에 유럽 만화는 (프랑스로 대표하자. 사실 나에겐 니코폴이 첫 경험이었다) 떫고 시큼하다. 식도에 뭔가가 턱 걸린 느낌이다. 단순히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인간 사회 체제와 이집트 신화가 얽힌 설정으로 시작되어, 강박적인 사랑 이야기 (이걸 사랑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리고 모든 인연과 체제를 기억에서 지우려는 듯한 결말까지의 스토리도 그렇고, 한치의 여백도 없이 꽉 찬 화면 구성과 강한 원색 대비의 색채까지, 한눈에 봐도 단순한 문화 차이를 넘는 색다른 충격임에 틀림없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흔히 하는 표현이 ‘그로테스크grotesque’인 듯하여,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이렇다; 1.【미술】그로테스크풍의 ((인간동물식물의 공상적인 형상을 결합시킨 장식의)), 2. 사람 ·동물 ·꽃 ·과일 등을 포함하는 아라베스크 무늬를 말함. 원래 그로테스코grotesco란 이탈리아어로 보통의 그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장식하기 위한 색다른 의장意匠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말로 사용됨.
글쎄? 당연히 부족한 느낌이다. 괴기하다고? 부자연스럽다고? 오히려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만화였다고 말하고 싶은데... 하긴, 현실만큼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ps) 솔직히, 작품 내용에 쉽게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작가의 열정에 공감하기는쉽다. 3부작 완성까지 걸린 10 여년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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