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중국 고전
양비 엮음, 노은정 옮김 / 천지인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설날 연휴를 몇 일 앞두고, 내가 세들어사는 집의 주인인 박석규 아저씨가 한 권의 책을 빌려줄테니 읽고서 감상문을 제출할 용의가 있는지 제안해 왔고, 나는 이를 수락하여 지금 이 글을 작성한다.

사람은 어렸을 때, 자신의 부모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 그리고 책으로 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주로 접하는 사람 혹은 사물에 의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준다고 단순화 할 수 있겠다.

사람은 그 사회 혹은 시대에 어쩔 수 없이 노출이 되기에 그 시대정신에 물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은 다시 자신이 속한 사회와 그 시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시대를 반영하고 자신의 영혼을 담아 무언가 새로운 영향을 사회에 미치는 사람이기에 매우 특별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헤세의 경우 자신의 소설 “데미안”을 통해 알을 깨고 새롭게 부화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였고 이는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써 사기가 크게 꺾인 독일인들의 영혼을 감싸주어 그들이 새롭게 출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지나간 자리를 채우는 후대의 사람들은 과거의 금쪽같은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당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정신을 느끼고 그 이후의 시대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훌륭한 독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의 깊이와 폭을 강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계단계 나아가는 논리적 사고력 및 특정 사건에 대한 통찰력 같은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사실 말이 좋아서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지.. 실제로 우리의 삶은 매우 팍팍하여 문학 작품을 가까이하기 힘들다. 먼저 바쁜 일상은 우리에게서 책읽을 시간을 빼앗아 가버렸다. 또한 몇 천년의 세월동안 축적되어온 많은 작품들이 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효과를 갖기위한 마땅한 책을 찾기도 쉽지 않으며 설사 책을 읽는다고 해도 웬만큼의 노력과 내공없이는 그 책이 담고 있는 충분한 가치를 끌어내기 쉽지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림으로 읽는 중국고전”은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모아진 신화와 설화 그리고 시와 소설 등 모든 문학 작품을 과거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 까지 전부 망라하여 약간씩 간을 보여주고 있다.

상고 시대의 시가와 시경을 통해서 당시의 사람들이 느꼈을 희노애락의 감정과 그들이 바라는 꿈을 느낄 수 있고, 논어와 맹자 그리고 노자와 장자를 통해 뜻있는 선각자들이 불만족스로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이상향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굴원의 이소라는 작품의 소개를 통해 그가 살았던 당시의 슬픔과 웃음을 느끼고 민간의 속요를 통해 영웅의 이야기로 꾸며진 역사를 다른 시점에서 볼수 있다. 뿐 만 아니라, 서유기나 금병매사화 그리고 모란정처럼 다양한 주제의 소설을 통해 당시의 사람들이 좋아했던 주제의 변천과 내용의 흐름을 느낌으로써 사회의 변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꿰뚫는 통찰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고로 이 책은 완전 강추이다.

반면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많은 장점만큼 치명적인 단점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이 읽기에 친근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 경우 이 책은 한 번에 읽기에 상당히 지루했었다. 또한 웬만큼의 집중력으로는 이 책을 충분히 느끼기 힘들었으며, 사실 지금도 내가 충분히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한번 다 읽은 다음 시간이 될 때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읽듯이 짧게 하나씩 읽고 있는데, 나 처럼 집중력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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