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은 없다.
먼저 간단하게 두통으로 시작해보자.
한 사람이 친구를 만나서 자신의 두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듣는 친구는 자신이 예전에 경험했던 두통의 느낌을 기억해내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공감을 한다.
이번에는 수저이다.
두 사람이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수저를 만진다. 그리고 그 수저에 관한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이때 우리는 수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수저를 보고 만진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가? 사실 그들은 수저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러면 누가 수저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인가? 사실 그 누구도 수저 그 자체를 이야기할 수 없다. 수저는 없는 것이다.
세상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지를 하는 것이고, 인지를 통해서만 스스로에게 의미가 생긴다. 그리고 그 인지를 버리기로 마음먹는 순간 그 경험은 그리고 그 경험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인지를 인지하는 생각하는 나뿐이다.
수저를 바라보라, 그리고 구부러지라고 명령하라. 분명히 수저는 구부러진다. 하지만 좋아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사실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