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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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어의 고유명사나 일본인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병적이다 싶을 정도의 장애증세를 갖고 있는 나는 그동안 일본 문화를 선호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우연찮게 해독제를 찾게 되었는데...그게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덕분이었다.

이 책이 뛰어난 걸작이라는 데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는 것 같아 책에 대한 감상은 건너뛰기로 하고 그보다...나는 이해가 안가지만 남들이 지적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적어봐야겠다.

우선 상권 88 페이지 셋째줄부터 보자.
 
"기쿠치는 유이치의 가장 사이 좋은 친구 중 하나지만 그와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거북했다. 기쿠치는 엄마와 둘이 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것은 그의 차림새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쨌든 아버지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 만큼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친구였다. 기쿠치의 아버지는 철도회사 직원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은 저 단락의 마지막 문장이다.
기쿠치는 엄마와 둘이 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바로 앞서 말해놓고, 기쿠치의 아버지는 철도회사 직원이라니?
유이치의 아버지가 철도회사 직원이라는 것을 말하는게 아닐까?
만약 기쿠치의 아버지가 철도회사 직원이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면, '철도회사 직원이었다'라는 식으로 과거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이 정태원씨의 번역상의 실수인지 아니면 작가가 저지른 원본상의 오류인지..출판사에 메일을 보내놓긴 했는데...답변이 너무 궁금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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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으로 아는 것들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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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때로는 믿음이 배반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호어스트와의 만남은 기분좋은 배반이었다.

평소 이런 장르의 책에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문화적 편식을 극복해보고자 끌리는 제목과 마이 리뷰를 보면서 골랐던 책이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였다.

기대치 않았던 책에 허를 찔린 듯한 기분으로 기분좋게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책읽기를 마치고, 최근에 나온 그의 신간 [느낌으로 아는 것들]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느낌으로 아는 것들...

예를 들어 전문가가 보닛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운전자는 별다른 문제점은 못느끼고 차는 잘 굴러다닌다.

삶에도 이런 순간들이 존재한다.

알 듯 말듯한 순간들...그러나 어느 선을 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불편함을 못느끼고 삶은 지속된다.

호어스트는 딱 그 선까지라고 이야기한다.

비록 그 선을 넘지 않는게 그닥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의 말에 따라보기로 했다.

(난 그래서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우리가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캐묻지 않았다. 알듯 말듯한 그 선에서 그냥 멈추기로 했다.-_-;;)

평소 책에서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줘서 그의 모습에서 나를 투영해보다가, 그가 실생활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별로 게으르지 않게 철저히 사는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발랄함과 가벼움속에 숨겨져 있는 진의를 파악할때는 정말이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은 휴대전화에 관한 이야기 중 혹시라도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 기계들의 중심은 최신 무기들이 아니라 인간들의 쓸데없는 소리들을 더는 참을 수 없는 통신장비들이 될거라는 그의 인식은 신선하면서도 적확하지 않을까?

버스나 전철안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들.

우리는 왜이리 그토록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하는지...그는 현대인들의 그런 고독은 이해하지만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소음을 꼬집고 있는건 아닌지...

호어스트...정말이지 재기발랄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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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 저택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교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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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을 위해서 해문 출판사에서 나온 아가사 크리스티 80권 전집 세트를 사두고 읽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보직을 바꾸면서 육체적으로 넘 피곤했던터라 집에 오면 땅에 머리만 닿으면 잠에 든 관계로 이제 겨우 51권을 다 읽었다.

챙피한 이야기이지만, 50권 넘게 읽어오면서도 난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범인을 한번도 맞춰본 적이 없다.

범인을 잘못 지적했다기보다는 아예 용의자를 지목할 수 없을 정도로 감을 못잡는 둔한 독자인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 특유의 인간 본성에 대한 뛰어난 관찰때문이 아닐까 싶다.

 

포와로의 진실에의 추구와 심리학적인 접근, 미스 마플의 예리하고 정확한 현실인식-그러나 미스 마플은 시니컬하지 않다- 등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성품도 마음에 들지만 그것보다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건...사람들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분노를 끄집어 내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그녀 소설에서 욕망과 분노의 발산은 물론 살인으로 나타나지만 그녀 소설의 특이한 점은 살인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거다.

사실 핏자국 낭자한 잔인하고 이유없는 충동적인 살인보다는 미리 계획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깔끔한(?) 독살만으로도 딱 내 스탈이긴 하다^^;

 

이처럼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욕망과 동기가 서서히 드러나는데...대부분이 물욕과 치정때문이기도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갈등 구조는 가족이다.

가족애라는 신화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소재는 아니지만 때로 아가사 크리스티는 복잡한 가족관계속에 내재되어 있는 범죄의 씨앗을 감지하고 그것을 소설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몇가지의 범행 스타일만으로도 범인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구별하는 그녀만의 방식에서 남녀의 차이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빛을 발하는데...완전 동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ㅡ.ㅜ

나는 그렇게 인간의 본성을 아주 적확하게 짚고 있는 아가사 크리스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듯 인간본성에 대한 그녀의 견해에 대부분 동감하는 나로서도 할로의 저택의 비극을 읽고 나서는 거기에 동감하기가 힘들었다는거다.

 

잘생기고 핸섬하고 당당하고 성공한 의사 존 크리스토, 바보같고 멍청하고 둔하며 순종적이다 못해 존을 숭배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존의 와이프 저다, 그리고 아름답고 능력있는 조각자이자 존의 애인인 헨리에타 세이버네이크. -그토록 어울리지 않는 존과 저다가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젊은 시절 유명한 배우이자 이기적이었던 베로니카 크레이와 약혼했었던 존은 베로니카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녀의 이기심에 지쳐 결국 파혼을 하고, 베로니카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자와 그냥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할로우 저택에서의 가족 모임이 있던 주말에 살인 무대가 연출되는데 피해자는 존 크리스토, 그리고 권총을 손에 들고 얼빠진 표정으로 죽어가는 존 앞에 서 있는 저다, 죽어가면서 헨리에타를 부르는 존.

사람들은 모두 살인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을 놓고, 저다가 남편을 죽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들고 있던 총은 범행에 사용된 총이 아니었다는것이 밝혀진다.

어느날 범행에 사용된 총이 포와로의 뜰 앞에서 발견이 되면서 사건은 그냥 그날 현장에 없었던  제3자의 범행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러나 포와로만은 진실을 감지하는데...가족들의 언행에서 그 가족들이 모두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포와로는 오히려 가족들 모두가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오히려 저다만은 그 용의선상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늘 자만하던 포와로도 이 소설에서는 호적수를 만났다고 인정하는데...그 호적수는 바로 헨리에타.

물론 그녀가 범인은 아니다.

범인은 오히려 총으로 사람을 제대로 맞췄다는게 신기할 정도라며 비웃음을 사는 둔한 저다였던 거다.

존은 저다에게 죽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깊이 사랑하고 있던 저다를 보호하기 위해 "헨리에타"를 다급하게 불렀던 것이고, 자기 이름을 부르는 의미를 파악한 헨리에타는 저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던 거다.

존이 진심으로 저다를 사랑했기에 그여자에게 죽어가면서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다급했다는 부분은 정말로 너무나 많은 의심이 들지만 난 뭐 남자가 아니니까...남자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넘어가고....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와이프에게 살해당해 죽어가는걸 보면서도 그 남자의 부탁-사실 이름만 부른거지 정확하게 자기가 죽은 이러저러하게 해달라고 설명한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부탁인지 알 수가 있담-을 들어주기 위해 범인이자 와이프인 저다를 보호해주려고 그 모든 작전을 개시한 헨리에타.

정말로 그런 상황에서 헨리에타같은 여자가 얼마나 될까?

나같으면 그 여자를 같이 쏘아버리지는 못할 망정 머리 끄댕이라도 잡고 한바탕 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어떻게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죽인 여자를 고발하기 위해 애쓰거나...

헨리에타...정말 알 수 없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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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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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종의 편집증적인 성격과 문화적 편식의 취향 때문에 나의 독서의 범주는 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

나의 취향이라는게 일단 좋아하는 작가(사실 배우나 감독 혹은 화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긴 하다.)가 한 번 생긴다면, 그의 전작에서부터 신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리즈물들을 섭렵한다는건데...이건 모든지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나의 성격과도 맞물려 있었다.

 그런데 새해에는 바뀌기로 했다.

이젠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 좀 더 다양한 장르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라딘을 기웃거리는데 우연히 눈에 띄는 제목이었다.

 "호어스트 에버스?

처음드는 이름인데...독일 작가인가부지?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이 인간도 나만큼이나 게으른 인간이 틀림없어.

그래도 세상이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라는건 알 정도로 무대뽀는 아닌거 같고, 제목을 자세히 보면 오히려 체념과 냉소의 느낌마저 드는걸."

 "대체로 무해함" 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나는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읽는데...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솔직히 때로는 허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터지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본 적이 얼마만이었던지...정말 놀라웠다.

 작가의 이름과 똑같은 주인공 호어스트 에버스.

 그가 할 일을 쌓아두고도 그 일을 하는 대신 세시간째 일의 목록표만 보며 한숨만 쉬고 앉아서 귀차니즘의 절정을 보여줄때는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인정하기 챙피할 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무기력하고 게으른 인간이다.)... 살기 위해 그 게으름에서 탈피해야 하는 순간에 보여주는 그의 재기발랄함에는 무릎을 끓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먹은 밥그릇 수만큼 잔머리도 그가 한 수 더 높은거다.

호어스트는 설거지가 쌓여있는 꼬라지를 보다 못해서 설거지 밑에 통장 계좌번호라던가 보안카드 암호 혹은 여러가지 비밀번호 등을 방수 테잎으로 잘 싸서 붙여놓는다.

결국 그 번호들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을텐데...그 번호들을 찾기 위해서라도 설거지들을 해야할테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엔 필요에 의해서라도 설거지를 했지만 결국엔 그가 모든 비밀번호들을 다 외워버렸다는거다. -_-;;

그러다가도 버스에서 잠이 들어 자기가 내릴 곳에서 못 내리고 계속 종점에서 내려서 왔다갔다 고생하다가 종점마다 방을 얻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마치 처음 이사한 집으로 들어가던 날, 집근처 네에서 한시간을 헤메다가 디지털카메라를 사서 루트를 찍어놓는 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내 모습을 상기시켜 주기도 하는 등...호어스트 에버스는 책을 읽는 몇시간 동안 최근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우울했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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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더글라스 아담스 외 지음, 최용준 옮김 / 해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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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빼고, 좋아하는 생물이나 동물이라고는 강아지 "새별"이가 전부였던 내가 갑자기 멸종 위기 생물 탐사록을 읽을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건 순전히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때문이었다.

나는 왠지 이런 책은 전공 분야 종사자에게나 흥미있을거라는 확고한 편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히치 하이커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의 글발과 유머만을 무작정 믿었다.

 

그러나 믿음은 배반당하기 마련이라는 나의 평소 신념에도 불구하고, 더글라스 아담스는 날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배신은 커녕...나처럼 나밖에 모르던 독자에게조차 자연의 신비와 하찮게 혹은 혐오스럽다고 여겨지던 동물들에게조차 경외심과 애정어린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그의 이 책은 성공한게 아닐까?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과 코믹 SF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와의 만남.

어울리지 않은 이 둘을 오지에 던져놓자는 계획은 1985년 [옵저버 컬러 매거진]이라는 잡지사의 생각이었단다.

아니...'둘'의 만남이 아니라 '셋'이라고 정정을 해야겠다.

이 둘은 마가스카손가락 원숭이를 찾기 위해 마다가스카로 갔다.

셋은 아무도 전에 만난 적이 없었단다. 더글라스는 마크를 만난 적이 없고, 마크역시 마찬가지였으며, 마다가스카손가락 원숭이를 본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 셋의 역할은 아주 분명했는데, 마크는 경험과 지식이 많은 동물학자로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었고, 더글라스의 역할은 아무 무식한 비동물학자가 되어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놀라는 것이었다. 더글라스 스스로 딱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역이라며 그 역할을 즐겼던것 같다. 그리고 마다가스카손가락 원숭이들의 임무는 녀석들이 지난 수백만년 동안 해오던 일, 즉 나무 위에 앉았다가 숨는 일이었다고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더글라스는 마크가 묻던 그 어느 동물들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마운틴 고릴라, 북부 흰코뿔소, 카카포(세상에서 가장 크고 뚱뚱하며 날개는 형식상 달려있는 앵무, 마크가 알고 있는한 가장 신기한 새란다.), 코모도왕도마뱀, 로드리게스과일먹이박쥐 등등...

이런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더글라스는 3년 후(1888년)에 시간이 있냐고 묻고, 그로부터 3년 후 그 둘의 계획은 진짜로 성사되었다.

 

멸종위기 생물 탐사에 참여한 더글라스가 재미있는건 그가 비동물학자이기에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 그 상황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적으로 여행의 열악함에 투덜거리고, 때로는 자연에 감탄하며, 때로는 생물들을 멸종위기에 놓이게끔 만든 인간들을 냉소하고 조롱하지만 그에게서는 오히려 그 어떤 악의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냉소와 조롱에 담긴 유머와 그의 따뜻함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의 말 속에 박힌 뼈와 선의를 이해했음에도, 나는 책의 중반을 넘어서 마크와 더글라스가 양쯔강 돌고래를 찾으러 중국에 왔을때는 긴장이 되었다.

이 서양인들이 과연 동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이해를 바라기는 커녕 혹시라도 서구중심적 시각에서 동양을 재단하지는 않을까?

때는 여전히 1980년대였고, 장소는 그중에서도 중국(의식주와 같은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정치체제도 완전하게 다른 나라)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게 걱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작가에게 이런 식으로 배신당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더글라스도 중국에 오기전 기내에서 에프터 쉐이브 로션을 몽땅 사버리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긴장했던것 같다.

물론 그 긴장의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오해가 먼저 존재했을거다.

그러나 중국을 떠나면서의 더글라스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

며칠전, 자기네 집 부엌 천장에서 발견된다면 경찰에 신고할만한 중국요리 "천년묵은 알"을 먹다가 포기해놓고서는 중국에 오면서 품었던 오해와 중국인들의 통찰력을 볼 수 있던 최초의 날 저녁때...그는  그 천년 묵은 알을 다시 주문했다.

제대로 음미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이 책을 덮으면서 모든게 다 신비로웠지만 그중에서도 카카포 앵무새가 유독 궁금했다.

날지못하는 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조처럼 성질이 나쁘지 않고, 자기를 해치려는 동물들에게 덤덤함으로 맞선다는 날개는 장식용일 뿐인 특이한 새.

그 새의 울음소리가 심장박동소리같다고 했었나?

부디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새가 되고, 그래서 나도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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