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으로 아는 것들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때로는 믿음이 배반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호어스트와의 만남은 기분좋은 배반이었다.

평소 이런 장르의 책에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문화적 편식을 극복해보고자 끌리는 제목과 마이 리뷰를 보면서 골랐던 책이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였다.

기대치 않았던 책에 허를 찔린 듯한 기분으로 기분좋게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책읽기를 마치고, 최근에 나온 그의 신간 [느낌으로 아는 것들]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느낌으로 아는 것들...

예를 들어 전문가가 보닛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운전자는 별다른 문제점은 못느끼고 차는 잘 굴러다닌다.

삶에도 이런 순간들이 존재한다.

알 듯 말듯한 순간들...그러나 어느 선을 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불편함을 못느끼고 삶은 지속된다.

호어스트는 딱 그 선까지라고 이야기한다.

비록 그 선을 넘지 않는게 그닥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의 말에 따라보기로 했다.

(난 그래서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우리가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캐묻지 않았다. 알듯 말듯한 그 선에서 그냥 멈추기로 했다.-_-;;)

평소 책에서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줘서 그의 모습에서 나를 투영해보다가, 그가 실생활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별로 게으르지 않게 철저히 사는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발랄함과 가벼움속에 숨겨져 있는 진의를 파악할때는 정말이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은 휴대전화에 관한 이야기 중 혹시라도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 기계들의 중심은 최신 무기들이 아니라 인간들의 쓸데없는 소리들을 더는 참을 수 없는 통신장비들이 될거라는 그의 인식은 신선하면서도 적확하지 않을까?

버스나 전철안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들.

우리는 왜이리 그토록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하는지...그는 현대인들의 그런 고독은 이해하지만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소음을 꼬집고 있는건 아닌지...

호어스트...정말이지 재기발랄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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