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더글라스 아담스 외 지음, 최용준 옮김 / 해나무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빼고, 좋아하는 생물이나 동물이라고는 강아지 "새별"이가 전부였던 내가 갑자기 멸종 위기 생물 탐사록을 읽을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건 순전히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때문이었다.

나는 왠지 이런 책은 전공 분야 종사자에게나 흥미있을거라는 확고한 편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히치 하이커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의 글발과 유머만을 무작정 믿었다.

 

그러나 믿음은 배반당하기 마련이라는 나의 평소 신념에도 불구하고, 더글라스 아담스는 날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배신은 커녕...나처럼 나밖에 모르던 독자에게조차 자연의 신비와 하찮게 혹은 혐오스럽다고 여겨지던 동물들에게조차 경외심과 애정어린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그의 이 책은 성공한게 아닐까?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과 코믹 SF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와의 만남.

어울리지 않은 이 둘을 오지에 던져놓자는 계획은 1985년 [옵저버 컬러 매거진]이라는 잡지사의 생각이었단다.

아니...'둘'의 만남이 아니라 '셋'이라고 정정을 해야겠다.

이 둘은 마가스카손가락 원숭이를 찾기 위해 마다가스카로 갔다.

셋은 아무도 전에 만난 적이 없었단다. 더글라스는 마크를 만난 적이 없고, 마크역시 마찬가지였으며, 마다가스카손가락 원숭이를 본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 셋의 역할은 아주 분명했는데, 마크는 경험과 지식이 많은 동물학자로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었고, 더글라스의 역할은 아무 무식한 비동물학자가 되어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놀라는 것이었다. 더글라스 스스로 딱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역이라며 그 역할을 즐겼던것 같다. 그리고 마다가스카손가락 원숭이들의 임무는 녀석들이 지난 수백만년 동안 해오던 일, 즉 나무 위에 앉았다가 숨는 일이었다고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더글라스는 마크가 묻던 그 어느 동물들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마운틴 고릴라, 북부 흰코뿔소, 카카포(세상에서 가장 크고 뚱뚱하며 날개는 형식상 달려있는 앵무, 마크가 알고 있는한 가장 신기한 새란다.), 코모도왕도마뱀, 로드리게스과일먹이박쥐 등등...

이런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더글라스는 3년 후(1888년)에 시간이 있냐고 묻고, 그로부터 3년 후 그 둘의 계획은 진짜로 성사되었다.

 

멸종위기 생물 탐사에 참여한 더글라스가 재미있는건 그가 비동물학자이기에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 그 상황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적으로 여행의 열악함에 투덜거리고, 때로는 자연에 감탄하며, 때로는 생물들을 멸종위기에 놓이게끔 만든 인간들을 냉소하고 조롱하지만 그에게서는 오히려 그 어떤 악의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냉소와 조롱에 담긴 유머와 그의 따뜻함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의 말 속에 박힌 뼈와 선의를 이해했음에도, 나는 책의 중반을 넘어서 마크와 더글라스가 양쯔강 돌고래를 찾으러 중국에 왔을때는 긴장이 되었다.

이 서양인들이 과연 동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이해를 바라기는 커녕 혹시라도 서구중심적 시각에서 동양을 재단하지는 않을까?

때는 여전히 1980년대였고, 장소는 그중에서도 중국(의식주와 같은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정치체제도 완전하게 다른 나라)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게 걱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작가에게 이런 식으로 배신당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더글라스도 중국에 오기전 기내에서 에프터 쉐이브 로션을 몽땅 사버리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긴장했던것 같다.

물론 그 긴장의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오해가 먼저 존재했을거다.

그러나 중국을 떠나면서의 더글라스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

며칠전, 자기네 집 부엌 천장에서 발견된다면 경찰에 신고할만한 중국요리 "천년묵은 알"을 먹다가 포기해놓고서는 중국에 오면서 품었던 오해와 중국인들의 통찰력을 볼 수 있던 최초의 날 저녁때...그는  그 천년 묵은 알을 다시 주문했다.

제대로 음미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이 책을 덮으면서 모든게 다 신비로웠지만 그중에서도 카카포 앵무새가 유독 궁금했다.

날지못하는 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조처럼 성질이 나쁘지 않고, 자기를 해치려는 동물들에게 덤덤함으로 맞선다는 날개는 장식용일 뿐인 특이한 새.

그 새의 울음소리가 심장박동소리같다고 했었나?

부디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새가 되고, 그래서 나도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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