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길이다. 특정한 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출발지가 어디든 산티아고로 이어지는 순례길을 말한다. 마드리드, 세비야, 포르투갈 등에서 출발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다녀온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 길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한다.
느리게 읽었다.
항상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만은 900킬로미터의 길을 자박자박 걸어갔을 저자의 속도에 맞추어 느릿 느릿 읽었다. 아니 빨리 읽을 수 없었다는 편이 맞는 말일 것 같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의 모습과 스페인 시골 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나를 잡아끌어 도저히 급하게 읽어내려갈 수가 없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곱은 예루살렘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산티아고 까지 걸어오며 복음을 전파했다. 중세에 교황은 야곱이 걸었던 이 길을 걸으면 모든 죄가 사함을 받는다고 선포함으로써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중세 이후 잊혀졌던 이 길은 유럽 연합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하면서 다시 순례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별한 종교적 신념으로 걷는 사람도 있고, 저자처럼 그저 걷는 게 좋아서 걷는 사람도 있단다. 내가 만약 걷게 된다면 후자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
길을 걷는 행위 자체보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과 느리게 걷는 미학이 아름다운 마법같은 그 길. 나도 모르게 작게 되뇌어본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듯.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그 길을 반드시 걸을 수 있기라도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