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의 역사문화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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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이라고 하면 흔히 베트남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메콩강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개국을 가로지르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이다. 저자는 메콩강의 자식들인 인도차이나 3개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모르던 인도차이나의 역사와 현실을 소개한다. 

인도차이나. 우리가 이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마도 근대 이후의 일일 것이다. 중국처럼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것도, 인도처럼 불교 문화를 전래해 준 것도 아니니 우리 역사에서 인도차이나는 관심 밖이었다해도 틀리지 않다. 우리는 단지 몇푼의 돈을 위해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곳까지 가서 무고한 양민들에게 총을 겨누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이들이 바로 우리이다. 

유럽 각국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침략에 박차를 가할 때 인도차이나에 손을 뻗친건 프랑스였다. 인도차이나를 아편 생산지로 활용하며 단물을 빨아먹던 프랑스가 떨어져 나간뒤 겨우 독립된 국가를 이룬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는 독립의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곧바로 피비린내나는 전쟁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의 공산주의 세력을 막겠다는 명목하에 인도차이나에 대한 내정간섭을 강화하던 미국의 태도는 결국 베트남 전쟁으로 확대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과 베트남의 싸움이었지만 국경 근처에 숨어있는 베트공을 소탕한다는 구실로 미국은 막대한 양의 폭탄을 라오스와 캄보디아 접경 지대에 투하한다.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버린 땅에는 지뢰와 불발탄들이 전후 세대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다.

베트공의 끈질긴 저항과 인도차이나의 밀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미국이 물러가자 이번에는 베트남의 지역 패권주의가 고개를 든다. 폴포트에 의한 캄보디아 양민 학살을 문제삼은 베트남은 캄보디아를 침략하여 킬링 필드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크메르족을 학살하였다. 전쟁의 피해자로만 비치는 베트남은 미국 못지 않은 제국주의적 야욕을 내보이며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압박하고 있다.  

글이 가끔 어수선하고, 여행의 과정이 급박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인도차이나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지식과 유머러스한 여행기가 '슬픈 인도차이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직도 고통의 역사를 간직한 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차이나이지만 순박한 라오스인들과 신들의 도시 앙코르가 있어 그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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