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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욕망
마거릿 크로스랜드 지음, 이상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마담 드 퐁파두르의 삶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원래 제목을 붙이지 않고 뜬금없이 왜 '권력과 욕망'이란 제목이 붙어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태양왕이라 불리던 루이14세의 뒤를 이어 그의 증손자인 루이15세가 부르봉 가의 왕위를 잇는다. 왕위에 오를 당시 고작 다섯살이었던 그를 대신해 오를레앙공이 섭정을 맡았고 루이15세의 실질적인 통치는 1726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진다. 어린 나이부터 모든 권력의 중심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던 그는 사냥과 여자 외에는 매사에 별다른 의욕이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를 통치하기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프랑스 혁명의 직격탄을 맞은 건 루이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지만 사실상 혁명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루이15세와 그의 애첩들이었다.
그의 애첩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퐁파두르 후작부인과 뒤바리 백작부인이다. 마담 드 퐁파두르의 사후 사창가 출신으로 나이든 왕을 매혹시켰던 뒤바리 백작부인은 당시 도핀느였던 마리 앙트와네트와의 불편한 사이로 유명한 인물이다. 마담 드 퐁파두르는 20년 가까이 베르사유 궁전에 머물며 왕의 정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정치에도 깊이 관여하여 실질적인 왕비의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귀족이 아닌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나 '왕의 여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 하나만을 믿고 왕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야심가 중의 야심가인 그녀의 삶은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이다. 단순히 왕의 섹스 파트너로서만이 아닌 정치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그녀는 오스트리아와의 긴 전쟁을 종식시키고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마리아 안토니아와 루이15세의 손자인 루이16세를 결혼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프랑스 혁명의 원인을 제공한 타락한 여성으로 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방적인 평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실상 여성의 사회 진출이 불가능했던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왕에게 접근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이루려했던 진취적인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녀가 어떻게 정치에 관여했고, 얼마나 왕에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표피적으로만 다루고 있을 뿐이다. 저자가 주로 강조하는 건 그녀가 그 모든 야심에도 불구하고 루이15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이야기뿐이라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저자의 실수인지 번역자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앙리2세와 앙리4세의 표기마저 혼동되어 있어 다른 인명 표기의 진실성마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누구보다도 아름다웠고 야심만만했으며 교양있었던 마담 드 퐁파두르의 삶을 다룬 책이 나와서 기쁘긴 한데 좀 더 잘 만들어진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