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린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로드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파리는 모든 사람들의 꿈의 도시인 동시에 마력의 도시이다. 그 곳에 가본 사람들은 파리가 주는 문화, 예술, 역사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파리로 떠나고 그 특별한 느낌을 글과 사진으로 남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에게 파리는 단순히 문화와 예술의 도시가 아닌 '혁명'의 성지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탄압 하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권리를 박탈당했던 세대인 저자들은 그 시절 어렵게 구해 읽었던 빅토르 위고의 <93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들에게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남다르게 다가왔음이 분명하다.
 
중국이 개방의 물결을 맞이하고, 미국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은 저자는 비로소 <93년>의 배경인 프랑스를 찾는다. 물론 <93년>의 배경이 파리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진정 찾고자 했던 건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한 시대를 휘몰아친 '혁명'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여행의 중심에는 항상 파리가 있다.
 
루이14세가 이룩한 절대 왕정의 기초는 루이15세때부터 썩어들어가기 시작하여 루이16세 때는 왕실과 서민간의 골이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하지만 유행을 선도하던 귀족과 왕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장 자크 루소를 비롯한 계몽주의자들을 후원함으로써 프랑스 혁명의 불씨를 제공하였다. 절대 왕정의 힘에 눌려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던 민중들은 폭도로 변하였고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와 파리코뮌을 거쳐 공화국이 탄생하기까지 긴 혼란의 세월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계몽 귀족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라파예트 장군이다. 계몽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사비를 털어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했던 이 젊은 귀족은 독립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조지 워싱턴의 오른팔로 맹활약하였다. 하지만 점진적인 혁명을 바라며 고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폭력적인 프랑스 혁명은 그에 대한 평가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저자들은  라파예트의 묘지를 비롯해 파리 사람들도 모르는 혁명의 성지를 찾아 순례한다. 자코뱅 클럽이 있던 자리를 어렵게 찾아내고, 마리 앙투와네트가 갇혔던 콩시에주리를 방문하고, 지금은 사라진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광장에서 폭주하는 열차처럼 잔혹하게 변해간 혁명과 왕정복고, 나폴레옹의 시대를 천천히 되짚는다. 나폴레옹3세의 명령에 따라 경찰국장이었던 오스만에 의해 좁은 파리의 골목이 정비되면서 비로소 혁명은 누그러지고 벨 에포크 시대가 도래한다.
 
제목이 '책 한권 들고 파리를 가다'이지만 파리 뿐 아니라 앙부아즈 음모로 수많은 신교도들이 처형당한 앙부아즈 성 등 파란만장한 프랑스 역사의 현장들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파리의 거리 어느 곳이든 역사와 전통이 살아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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