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고바야시 요리코 외 지음, 최재혁 옮김 / 돌베개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진주귀고리 소녀>로 유명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과 생애를 밝혀내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우선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화가라는 인식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베르메르 뿐만 아니라 몇백년전에 활동하던 화가에 대한 정보는 그가 누구이든 간에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루가 길드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베르메르에 대한 흔적은 다른 화가들에 비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편이다.

풍속화가로서 일상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의 그림에는 일상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유를 따르고, 편지를 읽고 있는 그림 속 인물들은 베르메르 특유의 섬세한 빛의 효과와 따스한 분위기, 세심하게 배치된 사물들 속에서 신비로움과 영원성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그의 작품들 때문에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화가라는 그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무역과 상업이 발달했던 17세기의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왕이나 귀족이 아닌 시민 계급이 통치하는 국가였다. 게다가 가톨릭이 아닌 신교 국가였기 때문에 왕실과 교회의 권위를 높이는 이야기 위주의 서사 회화가 발전했던 프랑스나 스페인과는 달리 시민들의 일상을 담은 풍속화가가 잘 팔릴 수 밖에 없었다. 상업이 발달한 델프트 출신의 베르메르도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맞춰 이야기 그림이 아닌 일상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저자는 베르메르의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서른여점의 작품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약간은 엉성했던 첫 작품부터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들과 특유의 섬세함이 떨어진 말년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천재라기 보다는 노력하는 화가로서의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서명을 거의 하지 않았던 데다가 작품의 수가 적어서 희소성이 높은 탓에 베르메르의 그림은 언제나 위작 논쟁과 아트테러리즘에 휩싸여왔다. 네덜란드 최고의 미술평론가들을 속인 사건들과 훔친 베르메르의 그림을 볼모로 한 IRA의 테러 등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히려 베르메르의 작품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 작가들이 내는 미술 관련 책들은 깊이는 없이 감상적인 경향이 많아서 꺼려졌었는데 이 책은 괜찮은 편이다.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꽤 주관적인 저자의 주장이 종종 강조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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