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십자군 전쟁은 성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있던 이슬람 세력이 성지를 순례하는 서유럽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탄압하자 성지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난 성전이었다. 아니, 적어도 우리는 세계사 시간에 그렇게 배워왔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교과서를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공교육에서 배웠던 역사가 얼마나 서구 편향적인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은 전체 6권 완간을 목표로 나온 첫번째 권으로 십자군이 결성된 배경과 1차 십자군의 초반부를 만화로 다루고 있다. 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서유럽에는 군소 국가와 영주들이 할거하고, 동으로는 비잔틴제국이 명맥을 이어가고, 중동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부상하게 된다. 종교가 다른 이슬람 세력이 성지 예루살렘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기독교인의 성지 순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교황권 강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우르바누스 2세는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자기네들끼리 싸우느라 바쁜 서유럽 군소 영주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고자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십자군 전쟁을 주창하게 된다. 예루살렘에서 성 베드로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은자 피에르를 내세워 이교도와의 전쟁은 죄가 아니고, 이슬람 세력을 악마라며 서유럽인들을 부추긴 교회의 작전이 성공하여 마침내 1차 십자군이 결성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1권은 1차 십자군 중 은자 피에르가 이끌었던 군중 십자군의 만행을 추적하고 있다. 예루살렘이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그들은 애꿎게도 독일의 마인츠에 도착하여 유대인들을 학살하는가 하면 헝가리의 베오그라드와 비잔틴 제국의 니시에서 온갖 약탈을 일삼는다. 잘못된 종교적 열정으로 일어난 힘없는 약자였던 농민들이 무지로 인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도착하는 도시마다 여기가 예루살렘이냐고 묻는 이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제목은 '십자군 이야기'라고 달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옛날 옛적에 일어난 전쟁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자는 그 역사를 되풀이해서 살아야 한다'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고 9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전쟁은 우리가 더욱 치열하게 역사를 연구하고, 배우고,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