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엽지만 투박하고 어딘지 고집있어 보이는 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책의 표지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이제부터 이런 조그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조용히 속삭이기만 할 뿐 아이는 앙다문 입을 좀처럼 벌이려 하지 않을 듯 하다.

첫 장은 왁자지껄한 첫 등교날의 풍경이다. 학교라는 공간에 처음 발을 딛는 1학년생들의 공포와 눈물이 뒤범벅된 첫날은 교사에게나 부모, 아이들 모두에게 무척 힘든 날이라는 것을 이 혼란스러운 교실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랬을까? 학교에 처음 가는 첫 날에 나도 이 아이들처럼 겁에 질린 얼굴로 금새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앉아 있었을까? 아이들 중에는 학교에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도 있고, 아버지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울어대는 빈센토 같은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새학년 새학기로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자신의 교사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어린 천사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닭장같은 교실에서 아이들의 이기심과 교사들의 잘못된 모습으로 좋지 않은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펼쳐졌다. 한없이 순수하고 깨끗한 어린 영혼들과 그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잃지 않는 나이 어린 여교사의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선생님에게 어떻게든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클레르가 마침내 작은 선물을 준비해와 기뻐할 때는 나도 클레르의 마음처럼 기뻤고, 힘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2마일이 넘는 등교길을 걸어다니는 앙드레가 비록 지각이지만 눈밭을 헤치고 발그레한 볼을 내밀며 교실로 들어설 때는 가슴이 뭉클해져버렸다.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 메데릭과 그런 아이에게 공감하는 18살의 어린 여교사의 모습에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내 일상의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고, 어린 드미트리오프가 혼신을 다해 글씨를 쓸 때면 나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여러 이민자들로 뒤섞인 캐나다의 어려웠던 시기의 이야기지만 가브리엘 루아의 순수하고 맑은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그런 가난과 빈곤은 잊어버리는 듯 했다. 귀엽고 천친난만한 아이들은 그렇게...그렇게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