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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구본준, 한국의 글쟁이들, 한겨레출판, 2008
다양한 책읽기를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그가 좋아하는 작가(아니 저자의 말을 빌리면 저술가)에 대해 책에서 볼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어한다. 그의 집필 동기 및 집필방식, 그의 서재, 그리고 그가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해.
이 책에서는 이런 욕구중 많은 부분을 충족시켜 준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었던 읽지 않았던 궁금해 했거나 막연히 오해하고 있었던 저술가들의 여러 가지 진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게다가 책을 읽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나도 책을 써야겠다는 또는 책을 쓸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져다 준다. 또또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 준다.
우선 내 서재에 한권의 책이라도 꽂혀있는 저술가들부터 살펴 보자. 서재를 차지하고 있는 저술가로는 정민, 이덕일, 한비야, 김용옥(대부분의 책들), 이원복, 주강현이 있다.
김용옥의 “여자란 무엇인가”부터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지만 그가 왜 통나무에서만 책을 출판하는 지, 그와 통나무와의 관계가 궁금했었다. 통나무는 그가 제자들과 세운 출판사이기 때문에 그는 통나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정민 교수의 유명한 병원용 차트꽂이에 대한 비밀. 이미 여러 차례 어디선가 읽었지만 그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성․관리하는 방법이 여전히 한글파일보다는 서류파일이 더 유용할 수도 있겠다.
또하나 놀라운 사실은 저술가는 다독을 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별도의 집필실로 아파트를 둔 임석재는 1만권의 장서에, 20만장의 슬라이드 필름을 가지고 있고, 표정훈은 월 50만원 정도를 책구입에 지출하고, 주강현은 2만권의 책과 20만장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소설가들과는 달리 대부분 매일 규칙적으로 일정한 분량을 써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마치 사무실에서 일정 시간 일하는 것처럼.
다음으로 아직 읽은 책은 없으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들을 보면, 우선 이 책을 통해 김세영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었다. 무가지 포커스에 실린 “내사랑”이라는 만화를 가끔씩 보다가 그 내용의 섬세함에 김세영을 당연히 젊은 여자로 단정했으나, 그는 190이 넘는 키에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르고 있는 50대의 아저씨였다. 우... 이런 죄송스러운 일이. 그리고 그와 허영만의 오랜 인연과 악연까지...
이 책을 통해 평범한 회사원이 자기의 일에 대한 전문성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은 아카데믹한 글쓰기와 저널리즘적인 글쓰기의 중간일 수도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이주헌의 “책 쓰는 것은 돈 벌면서 공부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일하는 것은 돈 벌면서 책 쓰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국의 글쟁이들에 포함이 되었어야 할 저술가들로 정운영, 오주석, 김충원(어린이를 위한 그림그리기 책을 다수 내놓았다), 고종석을 추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