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이청준 문학전집 장편소설 12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이청준, 「축제」, 열림원, 1996 (2008.8.7, 목)
소설가 이청준이 타계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문득 오래전에 사두고도 읽지 못하고 있던 그의 소설 하나가 떠올랐다. 날씨가 더워 좀 쉽게 읽히는 책이 집에 없을까 궁리하던 시기와 마침 겹친데다 휴가중 책 한권이라도 읽었다는 성과를 남기기 위해 휴가 마지막날 꺼내 들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장례식을 소재로 어머니와 그의 가족사를 주내용으로 하는 그의 소설을 통해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사실, 그의 소설의 큰 줄기는 가족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나이든 부모를 둔 자식의 눈으로 소설속의 이야기들이 전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리고 임종부터 하관할 때까지의 장례식과 관련한 모든 절차가 자꾸 관심이 간다. 아직 내게는 먼 일이겠지, 아니 먼 일이어야 하겠지 하는 소망을 품으면서도.
이제는 이 소설을 가지고 만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를 봐야 할 것 같다.

본문에서 특히 뜻깊게 다가오는 두 부분은 부모님의 마지막 몸을 씻겨드리는 행위의 의미와 장례식을 축제로 볼 수 있는 의미에 관한 것이다.

1. 마지막 씻겨 드림의 의미(pp.231-232)
“과연 그러하다. 어릴 적의 씻기움과 뒷거둠은 물론이려니와 당신들은 그 생애를 통하여 사랑으로 우리를 씻기고 입히시다 빈 육신으로 떠나 가시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 우리는 그 사랑과 은혜의 보답으로 마지막 길이라도 한번 제 손으로 당신들을 씻기고 입혀 드려 고운 길을 떠나게 해 드림이 옳은 일이 아닐는지.

그 마지막을 씻겨드림. 그것은 당신들의 온 생애를 통한 수많은 씻김의 손길, 그 사랑과 은혜의 손길에 대한 단 한번의 뒤에 남은 이들의 마지막 보답이자 감사의 의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여느 상가들에서의 그 음습한 분위기나 기분과는 달리 방금 돌아가신 분의 육신을 매만지고 왔을 친구의 손길이 그토록 정갈하고 귀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크고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선인들게 대한 사랑과 감사를 바침이 없이는 그 유덕(遺德)을 구할 길은 물론 그럴 자격조차 없을 게 당연하다.

사자(死者)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와 경의, 그것이 어찌 다만 사자들만을 위한 것일 것인가. 그것은 결국 우리들 살아 있는 자들의 삶을 위한 사랑과 이해의 시작에 다름아닐 것이다. 그런 뜻에서 나의 친구 백야는 돌아가신 그의 어른께 대한 것 못지않게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웃들과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더없는 감사와 사랑을 바치며 살아갈 것이리라 믿게 되는 것이다.“

2. ‘축제성’과 관련한 장례식의 의미(pp.271-272)

“우리 전통의 유교적 세계관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보듯이 우리 조상들이 신으로 숭앙받고 대접을 받는다. 우리 조상들은 죽어서 가족신이 되는 것이다. 그처럼 우리가 말하는 유교적 개념의 효라는 것은 조상이 살아 있을 때는 생활의 계율을 이루고, 조상이 죽어서는 종교적 차원의 의식 규범을 이룬다. 제사라는 것은 그러니까 죽어 신이 되어간 조상들에 대한 종교적 효의 형식인 셈이고, 장례식은 그 현세적 공경의 대상이었던 조상을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 섬기는 유교적 방식의 이전의식, 즉 등신의식인 셈이다. 그러니 그것이 얼마나 뜻깊고 엄숙한 일이냐. 죽어 신이 되어 가는 망자에게나 뒷사람들에게나 가히 큰 기쁨이 될 수도 있을 만한 일이다.......

물론 이처럼 메마른 논지로 ‘축제’의 의미를 제대로 풀어낼 수는 없겠지요. 불교적 윤회와 환생의 뜻을 함축해 매김한 동화 쪽하고도 좀 엇갈리는 대목이 있겠고요. 하지만 유불선이 함께 혼융된 우리식 정서에서 본지를 크게 해칠 소리가 아니라면....(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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