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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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몇년전 우리 글을 너무나 잘 쓰는 외국인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심어졌다. 그의 책들이 여러권 때를 이어 발간되었다. "우리들의 대한민국" 등 몇권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때 가졌던 몇가지 느낌은 첫째, 외국인이 어떻게 토종인 여느 평론가나 글쟁이보다 더 유려한 문장으로 글을 써 낼 수 있느냐는 경이로움이었고, 두번째는 어떻게 이런 만연체의 문장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세번째로는 우리 역사에 대한 그의 해박함이었다. 도대체 실학파라고 하면 정약용, 박제가, 박지원, 이덕무 등 이름 정도를 ㅇ기억하고 있는 나에 비해 또는 대부분의 우리에 비해, 그는 아예 조선의 근대사를 전공하고 있는 역사학자였다는 점이다. 우리가 읽지 못하는 한문을 읽어내는 그의 능력에 경이를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의 최근 저작 "박노자의 만감일기"를 통해 그의 또다른 면모를 보았다.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에 개인의 가장 사사로운 감정이야 분리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일기라는 형식은 그의 기존 글들과는 달리 보다 사적인 감정을 보다 많이 느끼게 해준다. 내가 둔감해 몰랐던 그의 새로운 면모는 그가 러시아를 벗어나 한국과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살면서도 사회주의자라는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소련과 동구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그들의 신념과 사상적 기반을 너무나 쉽게 버린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절로 하게 하는 것 같다.  또다른 사실은 그가 한국보다 노르웨이가 더 좋아 거기에 정착한 게 아니고 한국보다 노르웨이에서 보다더 안정적인 일자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미 한국인인 그가 왜 또다시 새로운 나라를 찾아 살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의 글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약한자, 소외받은자, 그리고 어두운 곳에 사는 소수를 위해 끝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부분은 때로 절대적인 공감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내 삶이 너무 멀리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경우 그의 글에 공감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을 수도 있다는 또다른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만감일기가 예전의 그의 글이 주었던 강력한 충격을 훨씬 약화시킨 정도의 감흥밖에 주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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