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사이언스 클래식 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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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주는 더 이상 인간에게 신비의 영역이 아니다. 과거인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와 우주를 전혀 별개의 공간으로 사고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지구가 별(항성, 태양)에 딸린 작은 행성으로, 우주를 이루는 한 구성원임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과거인들의 자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구가 속하는 태양계와 우리은하는 우주의 변방에 자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이후 중력장에 따라 휘어진 공간이 우주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저 유명한 블랙홀의 존재와 비밀도 속속들이 벗겨지고 있다. 이제 블랙홀과 양자론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 따위를 밝혀낸다면, 우주에 대한 비밀은 완전히 벗겨질 전망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현대과학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이다. 과학의 진보는 분명 지식의 영역을 확장해 인간을 무지의 두려움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나, 과거인들이 우주에 대해 품었을 법한 꿈과 낭만을 점점 지워버렸다. 이제 더 이상 토성 뒤를 쫓아가 7년에 한 번씩 결혼한다는 '양치기의 별' '마글론'도,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오작교' '은하수'도, '장드밀랑의 지팡이'를 연상케 하는 '오리온'도 우리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다! 이제 우주는 완전히 리얼리즘적 공간이 되었다. 그것은 현대과학이 지식의 세계를 개척한 반대급부이기도 하다. '너무도 메마른 리얼리즘적 공간!'

나는 적어도 우주에 대한 그러한 표현이 진실이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기 전까지 말이다. 그렇다고 세이건이 우주의 이미지를 과거로 되돌려놓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이건은 현대과학의 리얼리즘적 태도를 유지하되, 그 리얼리즘적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휴머니즘적인가를 특유의 천재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그의 우주는 인간들의 무지와 상업성이 빚어낸 UFO와 X-File의 세계보다 훨씬 흥미로우며, 지상의 변화무쌍한 자연만큼 다채롭고 화려한 우주쇼가 늘 펼쳐지는 황홀한 공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 인간들이 빅뱅의 파편이듯, 우주도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우주는 우리의 고향인 셈이다!

세이건은 결코 외계를 바라보듯 우주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먼저 우주의 비밀을  풀고자 열정을 불살랐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본다. 그곳이야말로 우주와 인간의 본성이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식의 세계를 개척하려는 학자들의 순수한 호기심이야말로, 그리고 그 호기심을 통해 하나하나 쌓아올린 지식의 편린이야말로, 우주란 거대한 그림을 구성하는 한 조각 퍼즐인 셈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유사이래 우주를 알고자 했던 모든 인간들의 지식 편린을 긁어 모아 집대성한 인류의 위대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는 선배 과학자들의 업적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기보다, 천재적인 상상력과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조합해 유려하게 재구성해 냈다. 이제 우주는 메마른 리얼리즘적 공간이 아니다! 과거인들이 우주에 대해 품었던 꿈과 상상력은 먼 훗날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세이건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코스모스"가 영원히 과학을 수호하는 등불로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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