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
매트 리들리 지음, 신좌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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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다양한 학문의 영역을 통해 추구된다. 각 학문간의 출발점은 다를지라도, 어디선가 교차하는 지점이 있게 마련이다. 놀랍게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접목이 요즘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심리학 인류학 경제학에 대한 진화생물학의 도전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학문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리학자와 인류학자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행동패턴과 문화 그리고 환경요소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추적해 왔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과 무관하게 생물진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했을 뿐이며, 거기에서 축적된 지식을 우연찮게 인간에게도 적용하게 되었다. 진화적 적응방식인 곤충과 포유류의 군집생활이 폭넓게 연구됨에 따라, 인간의 사회생활도 진화생물학이란 창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충돌의 예고편이었다.

한편 그 무렵 진화생물학계에 진리에 버금가는 가공할만한 무기가 발견되었다. '리처드 도킨스'에 의해 제안된 '이기적 유전자'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설은 개체의 이익보다 유전자의 자기복제가 우선이라는 가히 생물학계의 궁극이론이었다. 그 이론은 논쟁이 분분하던 학계의 다양한 가설들을 말끔히 교통정리하고, 수많은 모순들을 제거해 나갔다. '이기적 유전자'란 렌즈로서 과연 자연계의 모든 진실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가 등장했다. 유전자의 이기적인 자기복제가 제1명제라면, 어째서 개미와 꿀벌들은 여왕과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걸까? 인간세계에도 이타적인 사람들이 무수하지 않던가? 곤충사회의 경우 친족(여왕)을 통한 유전자의 복제가 자신의 직접 복제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판명됨으로써, 어렵지 않게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침팬지사회와 인간사회는? 인간이야말로 친족과 하등 관련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까지 이타적이지 않던가?

바로 이 지점에서 생물학자들은 저유명한 경제학이론인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를 도입한다. '뷰티풀마인드'의 주인공 '존 포브스 내쉬'가 일정부분 기여한 이론말이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이기적 개체보다 이타적 개체에게 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타적 협동사회야말로 제로섬게임이 아닌 모두에게 시너지효과가 분배되는 사회였다. 영리한 영장류와 초창기의 인간은 약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그 놀라운 지식을 터득했고, 그들의 한 본성으로서 개발해 나갔던 것이다.

이 책 <이타적 유전자>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그 놀라운 진화과정과 인간등정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본성의 진화에 관한 그의 논리적이며 설득력있는 글담은 경제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어쩌면 이들 사회학자들은 수세기동안 정립되어온 자신들의 이론이 한 순간에 폐기처분되지 않을까 두려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매트 리들리'의 관심은 다른데 있다.

그는 인간이 협동을 추구하는 이유가 근본적으로 유전자와 개체의 이익 때문이란, 인간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이타주의자들의 선천적 인간윤리에 대한 옹호는 당위로서 의미가 있을 뿐, 분명 진실은 아니라고 공박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간의 이타적 행위는 분명 자신의 이익을 위한 계산된 본능에서 나올 뿐이다. 이는 너무도 게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사실 '리처드 도킨스'가 그랬듯이, 리들리도 이 엄청난 철학적 괴리감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우회하여 이타적 행위의 당위성을 설파할 뿐이다. 인간의 사유권을 인정하고 거래를 활성화시켜 생태계보전에 힘쓰자거나, 지역공동체를 육성하자는 등 미래의 대안사회 건설에 대한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속물적인 진실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자연과학적 방법론은 별 효용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회과학적 접근이 더 효율적일런지 모른다. 나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첫 충돌에서 자연과학이 완승을 거두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어지는 라운드에서 사회과학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그들의 승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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