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
실비아 네이사 지음, 신현용 외 옮김 / 승산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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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을 가봐도 밤낮없이 주변를 배회하는 소위 '명물'이 있다. 학생들은 그들에 대해 전설을 만들길 좋아한다. 가령 그들이 일류대 철학과를 나와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은 후, 그렇게 되었다는 식이다. 수학과 출신이라면 미해결의 문제에 도전했다 실패한 후, 그렇게 되었다고들 한다. 이러한 풍문은 대개 거품일 뿐이며, 이 사회의 낙오자들을 위한 악의없는 미화일 뿐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프린스턴대학을 배회했던 유령 '존 내쉬'의 전설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그는 근 20년 동안 프린스턴의 명물로 아니 '유령'으로 학교를 맴돌았고, 자연히 수많은 훈장(전설)도 따라 붙게 되었다. 몇몇 학생들은 광인이라 그를 피했지만, 사정을 아는 이들은 되레 그 비난자를 훈계했다. '너는 저 분의 발 뒷꿈치에도 못 미치는 인간이야!'라고.

그랬다. 그는 세기의 위대한 천재중 한 명이었다. 이 천재의 젊은 날의 업적과 수 많은 일화들이 프린스턴과 MIT에서 줄곧 회자되었을 지라도, 두 학교의 울타리를 새나간 적은 없었다. 만약 프린스턴의 유령이 노벨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프린스턴의 유령은 세계적 유명인사가 되었다. 거기에 그의 노벨상수상도 한 몫했지만, '실비아 네이사'의 감동적인 저작 '뷰티풀 마인드'와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책 '실비아 네이사'의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에서 프린스턴의 유령으로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왔던 '존 내쉬'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린 아름다운 서사시이다.

젊은 날의 '존 내쉬'는 잘 생긴 거만한 천재였다. 지독한 구두쇠에다 자신의 천재성을 떠벌리길 좋아하며, 준재들을 면박주기 일쑤인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인간말종'이다! 그의 오만과 도를 넘는 처신은 독자들의 혐오감을 유발할 정도다. 그러나 그의 천재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내쉬가 수학을 대하는 방식은 전투나 게임과 유사하다. 그는 미해결의 문제에 도전하길 즐긴다. 그 유명한 '비협력 게임이론'과 '매장정리'의 해결은 내쉬의 천재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내쉬가 수학을 논하며 다루는 일은 일종의 신선놀음과 유사하다. 하루하루의 삶에 지쳐 허우적거리는 우리네와 달리, 그는 청춘의 모든 것을 수학에 건다. 따라서 내쉬의 현실감각과 인간관계는 몹시 취약하다. 현실감각의 결핍이 어쩌면 그의 정신분열증을 앞당겼을지 모른다.

정신분열증 이후 내쉬는 말 없고 자신감을 상실한 사회의 낙오자로 추락한다. 이제 그의 직업은 '프린스턴의 유령'이다! 그렇지만 미모의 아내 '앨리샤'는 내쉬를 버리지 않고 '하숙시킨다'. 내쉬의 미모와 천재성에 반해 결혼했던 그녀의 앞날도 이젠 빤해 보인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20여 년 동안 유령을 하숙시키지 않았더라면, '실비아 네이사'가 이책 '뷰티풀 마인드'를 헌정한 영예는 다른 이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세월이 인간을 성숙의 길로 인도한다'는 말은 내쉬의 경우 확실히 그러하다. 20대 후반 MIT 정교수로 승진했던 시절의 오만방자함은 이제 그에게서 사라졌다. 젊은 시절 무수히 아내를 구박했던 그가 이제는 이렇게 불평한다. '앨리샤가 노벨상 수상자의 견해를 통 무시하지 뭡니까?'

그렇다! 이제 프린스턴의 유령은 아주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그는 불쌍한 아들 - 내쉬는 아들 조니에게도 정신분열증을 물려 주었다! - 과 구부정한 모습으로 프린스턴을 산책하거나, 잃어버린 세월을 되뇌이며 일과를 보낸다. 그렇다고 그의 냉담한 성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적어도 내쉬는 인간관계를 통해 타인과 어떻게 타협하고 화해해야 하는지 등, 삶의 공식을 터득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수를 다루는데 신이 부럽지 않았던 그였지만, 인간관계의 공식은 그에게 벅찬듯 하다. 비록 평범한 인간이 되었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알게 된 그의 '아름다운 정신'은 너무도 숭고하고 고귀한 그 무엇이다.

10여 년 동안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내 남성다움의 신화가 이 번에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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