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은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정책에서 해방된 대다수 개발국가들의 혁명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동유럽의 대다수 국가가 그러했고, 가까이는 아시아의 북한이나 중국 그리고 베트남이 소련의 모델을 도입하고자 했다. 그 모델이란 농업협동화 중공업 우선정책 및 계획경제로 대표되는 경제개혁 프로그램으로부터 소비에트로 대표되는 정치모델에 이르기까지 현실사회주의국가들의 공통분모를 포괄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서구의 학자들에 의해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냉전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해 러시아의 혁명을 객관적으로 다룬 저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러시아 혁명에 대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인식은 단지 자본주의를 위협하기 위한 팽창정책의 전초 작업적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와해되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누그러지면서, 소련의 혁명에 관한 훌륭한 저작들이 국내에도 많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록 오래 전에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출판은 남북화해와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소련의 새로운 위상이 제고되면서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더구나 러시아학을 연구하기 힘든 지정학적 및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이처럼 훌륭한 연구의 결실을 맺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