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제국 - 서양인의 마음속에 비친 중국 이산의 책 13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이산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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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펜스는 예일대학의 석좌교수로서 중국학의 거장이다. 그는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토대로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중국학 연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 '칸의 제국' 역시 스펜스의 신선한 접근방식이 돋보이는 그의 역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칸의 제국'의 저술 의도는 부제에서 엿보이듯이 서양인의 인식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려는데 있다. 때문에 연구의 대상을 중국에 한정시킨다기보다, 중국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의식구조에 더 초점이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을 보는 서양인의 의식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고 있는 자료는 약 50권에 달하는 중국관련 서적이다. 거기에는 마르코폴로 이래 중국을 방문한 여행가, 마테오리치와 같은 선교사, 몽테스키외 볼테르 등의 사상가, 골드스미스나 펄벅 등의 소설가, 해방구에 들어가 모택동과 인터뷰한 에드가 스노우 등의 저널리스트, 닉슨과 함께 1972년 방중한 헨리키신저와 같은 외교관 등 폭넓은 인물들의 기록에 토대하고 있다. 이들의 고정관념과 생각을 통해 스펜스는 서구의 중국관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변모해가는 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또한 이들의 중국관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오류가 무엇에 기인한 것이며, 향후 중국과 관련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가를 넌지시 비추고 있다.

이책의 마지막 장 '12.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천재들'은 특히 흥미로운 부분으로 저자의 결론이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여기에서 스펜스는 천재적 작가들인 카프카, 보르헤스, 칼비노의 소설을 통해 서구의 중국관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자 시도한다. 그것은 쉽사리 범접할 수 없는 시간이 뒤얽힌 공간 즉 미지의 영역 그 자체로서, 중국은 지금도 신비의 베일을 벗지 않은 그 무엇이며 앞으로도 그러한 신비가 벗겨질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호기심과 모험심을 밑천으로 그 광대한 대륙을 탐험해온 사람들에 의해 중국의 베일이 벗겨져 왔듯, 지금도 여전히 마르코폴로와 같이 순진무구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모험가들을 대륙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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