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의 라이벌 - 역비의 책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비평사 / 199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전개방식은 참으로 흥미롭다. 마치 사기열전처럼 인물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되, 당대의 라이벌을 설정함으로써 그들의 경쟁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흥미로왔던 것은 김일성과 박헌영을 주제로 한 부분이었다. 두 인물은 한국전쟁 직전만 하더라도 외견상 사이가 좋았고, 매우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에서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하자, 이 두 사람이 비판당하지 않기 위해선 전쟁실패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시켜야만 했다. 김일성의 숙청은 이런 이유로 본격화되었다. 처음에는 남로당의 이승엽 임화 이강국 등을 겨냥했지만, 그들의 대부격이었던 박헌영에게도 결국은 손길이 뻗치지 않을 수 없었다.

당대의 유명한 좌익 이론가가 박헌영과 여운형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여운형은 어떤 분야의 지도자로서도(특히 체육계) 어울릴 법한 인물이지만, 박헌영은 정치가 외의 어떤 지도자로서도 어울릴 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일성에 대해 평가하자면 여운형과 비슷한 스타일의 지도자였다. 그는 비록 전쟁의 실패로 인해, 숙청이라는 무리수를 선택해야 했지만 누구보다도 좌우익간의 협력을 강조한 사람이었다. 김일성이 30대 초반의 나이에 북한의 정계에서 가장 유력한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의 뛰어난 리더십과 민족대동단결을 호소했던 정책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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