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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 쉽게 읽는 칸트 ㅣ 쉽게 읽는 철학 1
랄프 루드비히 지음, 박중목 옮김 / 이학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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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철학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항상 깨닫게 되는 것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칸트의 철학에 있어서는 더욱 말할 나위 없다. 칸트철학의 모든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의 소중한 배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일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는 우주 중심에 지구가 있다는 지구중심적 세계관을 무참히 깨버린 코페르니쿠스의 위대한 발견에서 유래했다.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아래서 교인들은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지구는 우주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성서의 교리를 신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구는 단지 우주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란 사실이 증명되면서 당시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게 되었다. 물리학사의 발전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들자면, 그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일 것이다. 즉 시간과 공간일 분리돼 있다고 믿었던 근대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뒤엎었기 때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바로 시공이 결부돼 있다는 것을 최초로 수식으로 증명하였다.
철학에 있어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기원을 둔 것이 아니다. 다름아닌 칸트철학의 진수를 지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철학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대상'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칸트는 인간 인식의 틀에 의해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따라서 철학적 관심 역시 대상에서 인식의 틀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방식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