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 - 일월총서 71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자동 옮김 / 일월서각 / 198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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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커밍스의 역작 '한국전쟁의 기원'은 발간이 되자마자 한국의 역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말았다. 그도그럴 것이 소련의 팽창주의정책에 의해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기존의 전통주의적 시각을 완전히 거부하고, 한국전쟁의 원인을 전혀 상반된 시각에서 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같은 전통주의적 시각은 반공주의외에는 어떤 대안도 없던 극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 속에서 산생된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커밍스는 과감히 그 틀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고, 드디어 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커밍스에 의하면 소련의 팽창주의정책보다도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이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의 더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정주의로 잘 알려진 커밍스의 이론은 급속히 확산되어 이제는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는 소련의 팽창주의에서 한국전쟁의 원인을 규명하던 전통주의적 견해가 급속히 위축된 데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커밍스의 탁월한 통찰력에 힘입은바 크다.

미국 역시 반공적 메카시즘의 망령이 학계의 분위기를 옥죄고 있던 현실속에서 진보적인 사관의 등장이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물론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의 역사를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남한의 현실보다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지만, 미국사학계의 분위기 역시 반공주의에 매몰되있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대숙이라든지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가 당시의 관점에서는 북한역사에 대한 진보적 논문을 발표했다해도,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반공적 관점에 입각하고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히 흐르고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커밍스라는 뛰어난 통찰력의 역사학자가 등장했고, 그의 논문은 일약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초래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던 것이다. 지금은 물론 한국전쟁에 대한 수정주의적 이론이 너무도 일반화되어 식상감마저 들기도 하지만, 마치 현대에는 너무도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당시에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도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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