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아델 타리엘 지음, 밥티스트 푸오 그림, 이찬혁 옮김 / 요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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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 큼지막한 그림에 시선이 꽂힌다. 아델 타리엘이 쓰고, 밥티스트 푸오가 그린 <아무도(No one)>. 풍성하게 그려진 배경 속에는 '아무도' 없다. 공원에도, 수영장에도, 학교에도. 늘상 '누군가'로 가득했어야할 곳은 여백이 채우고 있다.


<아무도>는 팬데믹을 겪은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길거리에 숨 쉬는 게 아무도 없고, 광장에는 아무 말도 없네'라는 글은 삭막하던 당시의 느낌이 서글프게 전해진다.




대신 활주로에 멈춰선 비행기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노루는 또다른 인상을 준다. 인간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자연이 살아나는 현상을 이야기한 것이리라. 그 기간은 사실 숨어있던 동물들이 나온 시기이기도 했다.


'텅 빈 세상에 찾아온 휴식'이라는 메시지는 답답하고 막혀있던 펜데믹을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궁극적인 물음은 '그리고 내일은?'일 수밖에 없다.




<아무도>는 '그 시간을 겪은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라는 설명을 갖고 있다. 맨 마지막장을 열기 전까지 여러 사색의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다시 어디로 가게 될 지 각자의 느낌을 갖게 된다. '아무도'가 '모두가'로 바뀌어가는 그런 새로움.(*)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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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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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당신은 나에 대해 뭘 아는가?"


리전시 그랜드 호텔에서 일하는 스물다섯 살의 몰리. 어릴 적부터 먼지나 얼룩하나 없이 청결을 유지하는 메이드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꿈을 키워온 그녀는 할머니의 소개로 원하던 직장에서 '모범사원'으로 힘겨운 삶을 영위해간다.




지나칠 정도로 순수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과도한 사명감마저 지닌 몰리에게 어느날 생각치도 못한 사건이 닥친다. 몰리가 담당하던 호텔 스위트룸에 묵고 있던 갑부 블랙의 의문사. 몰리는 최초 목격자에서 피의자로 추궁을 받으며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니타 프로스의 <메이드>는 몰리의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다. 메이드로서 엄격히 에티켓을 지키고, 완벽히 청소하며, 동료들과 옳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던 몰리가 겪은 사망사건은 뜻밖의 흐름을 타고 소용돌이 친다. 어려울 때마다 떠올리는 할머니가 남겨준 충고는 그녀의 유일한 버팀목이 된다.




<메이드>는 몰리의 심리변화, 주위와의 관계 설정이 독특한 구조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자신의 세계에 갇힌 듯- 몰리가 보여주는 소통방식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기도 하고, 구덩이에서 꺼내주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살인, 불법무기, 마약소지 등 무시무시한 혐의를 덮어쓰고 취조를 받으면서도 몰리는 '메이드로서의 에티켓'을 생각한다. '감출 수는 있어도 때가 되면 다 드러나게 되는 얼룩에 비유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형사를 향한 몰리의 답은 이렇다. "형사님, 얼룩이라면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마치 친구와도 같던 블랙의 두 번째 아내이자 미망인이 되어버린 지젤, '썩어빠진 종자'였던 첫사랑이후 등장한 남자 로드니,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되어 몰리의 도움이 절실한 후안, 돌아가신 할머니를 제외하면 유일한 멘토와도 같은 도어맨 프레스턴 등 몰리를 둘러싼 주변 인물은 각 장을 넘길 때마다 미스터리를 남긴다.




<메이드> 몰리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엉뚱하면서도 순진무구한 그녀를 향해 읽는이는 무한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없이 애처로운 과거와 현재의 환경, 그러나 할머니의 메시지에 눈을 뜨며 '똑바로' 살아가는 몰리를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란 생각보다 쉽다. 조직에서 너무도 중요하고 결정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철저히 간과될 수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몰리의 말은 책 <메이드>를 잘 설명해준다.


'오래 살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며, '사람은 절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고, '인생은 저절로 알아서 풀린다'. 몰리가 자신이 갖고 있는 진실의 힘을 깨닫게 될 때 할머니를 다시 떠올린다. 역시 할머니가 옳았다. "결국에는 모든 게 잘될 거다. 잘되지 않았다면 끝이 아니야."(*)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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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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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화신인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의 모습. 일본 탐미문학을 접하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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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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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문체, 주제의 작품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의 대표 단편선 <슌킨 이야기(春琴抄/しゅんきんしょう)>. 쉽게 접해보지 못한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의 책이다. 탐미주의, 에로티시즘, 페티시즘 등으로 설명되는 작가 다니자키.


'아, 이것이 실로 스승님이 사는 세계로구나. 이제 마침내 스승님과 같은 세계에 살게 되었구나!'


<슌킨 이야기>에서 흉한 모습이 되어버린 스승이자 연인인 슌킨의 명에 따라 그녀의 얼굴을 보지않기 위해 스스로 눈을 찌른 제자 사스케의 진심어린 독백이다. 이제야 말로 외계의 눈을 잃은 대신 내계의 눈이 열린 것을 깨달았다는 남자의 시선이 슌킨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주를 이룬다.


사스케는 슌킨이 실명한 나이, 아홉살에 그녀를 처음 만난다. 슌킨보다 네 살이 많은 사스케는 일생을 그녀를 극진히 봉양하며 존경을 다한다. 일본의 전통 악기인 샤미센(三味線, しゃみせん)을 매개로 둘은 모두가 아는 비밀-부부의 연과 같은 둘의 사이-를 철저히 외면하며 일방적인 종속관계로 생을 이어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외의 번뇌를 끊고 추를 미로 승화시킨 선(禪)적 행위는 가히 달인의 경지에 가깝도다.' 사스케의 행동을 두고 내뱉은 고승의 말에 다니자키는 "독자라면 이를 이해하겠느냐?"고 물음을 던진다. 굳이 그러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책은 이상하리만큼 '여성의 미'에 집착한다.


'슌킨 이야기'는 '문신', '호칸', '소년', '비밀', '길 위에서', '갈대 베는 남자'와 함께 책 7편의 이야기 가운데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다. 후카가와의 한 요정 앞에서 가마 아래로 떨어지는 소녀의 발을 잊지 못하는 문신사가 마침내 꿈을 이루는 '문신'이나 자신의 신분과 남자라는 품위마저 잊은 채 오로지 여성의 웃음을 위해 사는 남자에 대한 '호칸' 등 일본소설 <슌킨 이야기>의 모든 단편에는 사건보다 남자와 여자가 중심이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여자 없이는 시도 예술도 없다"는 다니자키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주제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의 대표 단편선인 <슌킨 이야기>는 아름다움의 화신인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의 모습이 줄곧 등장한다.


또 <슌킨 이야기>에는 20세기 초반 일본의 사회상, 당시 직업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에도 거리를 머리에 떠올리며 호칸(연회에서 손님의 시중을 들며 만담 등을 해 좌중을 흥겹게 하는 직업)이나 차보즈(무사 집안에서 내객 급사와 접대 담당) 등을 그려보는 일도 흥미롭다.


'소설보다 소설적'이라는 다니자키의 일생은 책 뒷부분에 간략히 소개된다. 그의 삶이 작품에 그대로 나타나고, 작품의 내용이 다시 실제 삶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다니자키의 다른 작품역시 호기심을 불러오는 이유다.(*)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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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경전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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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별과 13개의 줄로 이루어져 있는 성조기. 그리고 미국 휘장에 새겨진 독수리의 날카로운 좌우 발톱에는 13개의 화살과 13개의 나뭇가지가 그려져 있다. 또 독수리의 머리에도 역시 13개의 별이 선명하게 박혀 있고. 그뿐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1달러 지폐에는 13층의 피라미드가 찍혀 있다. 그 피라미드 위로 빛을 발하는 눈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김진명의 <최후의 경전>은 이처럼 전세계에 퍼져있는 신비로운 숫자를 통해 인류의 비밀과 지혜를 찾는다. 유대인이 숭배하는 카발라 경전에서 출발한 여정은 서양의 물질문명을 넘어 동양의 정신문명에까지 닿아 마참내 대한민국에서 최후의 경전을 맞이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주인공 인서는 수의 신비를 연구하는 학문인 수비학자 나딘 교수, 대종교의 가르침을 받은 환희와 함께 구도(求道)와도 같은 모험을 시작한다. 프리메이슨과 같은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강력한 조직에 맞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중국과 저 추운 시베리아까지 전 대륙에 걸쳐 문명의 근원과 미래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모든 이치를 끌어안고 있는 진도자(眞道子), 이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을 뜻하는 전시안(全視眼) 등 두 초인은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최후의 경전>을 향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인지 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후의 경전>이 전하는 이야기는 분명히 흥미에만 그칠 수 없다. "세상에는 너무도 신비한 숫자들이 있다. 저 아득한 전설 같던 시대는 우리 역사에 너무나 신비하고 분명한 모습으로 숨겨져 있었다.", "신비한 숫자를 좇음으로 해서 우리는 한민족의 문명과 세계 고대문명과의 상관관계도 조명할 수 있고, 아직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우리의 뿌리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깊게 다가선다.




오래전 소설 <단(丹)>을 접한 뒤 시작됐던 우리 상고사에 대한 호기심은 시간이 흘러 줄어들었지만, <최후의 경전>을 통해 다시금 살아나는 느낌이다. 특히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다시 펴들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든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과거로부터 내려왔으며 과거는 영원한 것"(<최후의 경전> 가운데 전도자의 말)이라는 가르침 속에 담긴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이제 우리 역사의 화두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생로(生路)역시 우리의 역사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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