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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슬픈 날에는 참고 견디라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이 모든 것 하염없이 지나가나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
-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에 인용된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의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가운데

김진명의 작품은 항상 한 편의 예언서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전세계 대륙을 오가는 광대한 스케일 속에 실존인물들을 과감히 등장시키며, 실제 벌어졌거나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 날카롭게 펼쳐진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배경이다.
오래지 않아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였던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예상을 넘어서는 단결력과 정부의 지도력, 그리고 서방의 지원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도록 몰고 가고 있다. 작가는 이 전쟁을 '기울어진 운동장의 결정판'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많은 도시들을 마음껏 헤집어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를 향해 어떠한 치명적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전쟁.

"깊이 들여다보면 이 전쟁은 도깨비야."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다는 뜻인가?"
미국은 물론 나토의 모든 국가, 심지어 한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까지 푸틴의 손가락 끝만 지켜보고 있는 것 말고는 달리 대처 방안이 없는 세계의 고민이자 인류의 고민이 돼버린 전쟁으로 책은 설명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이같은 '기형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러시아가진 핵때문이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세계를 향한 푸틴의 '핵 협박'이 실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두고,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을 풀어낸다. 미약한 신을 대신한 한국인 캐빈의 기상천외한 전략이 유라시아를 넘나 든다. '선수인 동시에 룰을 만드는 심판'인 강력한 미국일지라도 '핵'이라는 힘앞에 주저할 수밖어 없는 이유, 서방과 공산진영 국가들의 이기적이고도 나약한 모습도 여과없이 들춰낸다.

핵을 두 손에 쥔 광기어린 지도자를 멈춰서게 하는 것은 475킬로톤의 핵탄두를 288개나 싣고 심해를 누비는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가 아니라 세계와 인류를 향한 '뜨거운 무엇'임을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표현한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엄청난 속도로 전개되는 스토리, 특유의 환경과 사연을 가진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실존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작품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결국 우리는 작가의 신념대로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고, 차원 높은 미래로 동행하는 지구를 이해하게 된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