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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latshare (Hardcover)
Beth O'Leary / Flatiron Books / 2019년 5월
평점 :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묻어 난다. 포스트잇 메모를 통해 두 개의 진솔한 마음이 서로 만나 알아 가는 로맨틱 코미디가 유쾌하다. 베스 올리리(Beth O'Leary)가 만들어 낸 책 <셰어하우스(원제:The Flatshare)>는 어쩌면 '가을'이라는 계절과 어울릴 법하다. 뜨개질, 목공, 메모와 편지 등 '손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로 남아야 하는 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작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편집자 티피. 삼성 갤럭시를 사용하는 그녀는 트위터 조차 모르는 '코바늘뜨기' 작가, 음흉한 야망가 홍보팀장 사이의 불편함을 피해 소중한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근근이 살아 간다. 오랜 시간 이별과 재회를 반복해오던 남자친구와 결국 결별하게 된 그녀는 무너져버린 자신보다 얼른 남자친구의 집에서 나와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영국 런던에서 집세가 싼 곳을 찾아 헤매던 티피와 친구들은 '쾌적한 주거'라는 이상에 턱없이 모자라는 처지에 고민을 거듭하고, 마침내 인터넷에서 발견한 '셰어하우스' 광고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건 그냥 셰어하우스가 아니야, 티피. 한 침대를 쓰는 거야. 한 침대를 나눠 쓰는 건 이상하지 않아?" 티피의 절친이자 깐깐한 변호사인 거티의 말대로 <셰어하우스>는 서로를 모르는 남녀가 9개월 동안 '한 집과 한 침대를 나눠 쓰는 이상한 상황'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스물 일곱 살의 호스피스 병원 남자 간호사와의 아파트 셰어. 티피는 월세 350파운드라는 '적절한' 가격과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긴박함으로 인해 동거 아닌 동거를 선택한다. 물론 절망적인 현실과는 별도로 지나칠만큼 긍정적인 자신을 매일 마주하게 될 것을 알면서 말이다.
스톡웰의 햇빛 잘 드는 아파트로 들어간 티피는 일밖에 모르며,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동생을 둔 리언과 포스트잇 메모를 통한 대화를 시작한다. 남은 음식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메모는 서로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나누는 매개로 발전하고, 각자의 삶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들어가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환자들 속에서 리언은 있는 그대로의 정성을 다하며, 동생의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철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문에 티피와 리언이 주고 받는 메모 속에는 각자의 삶에서 마주하게 된 다양하고도 소중한 사연이 담긴다.
침대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목도리가 담긴 봉지로 인해 티피와 리언은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게 되고, 리언의 동생 리치의 사연은 둘 사이 더욱 큰 공감을 형성해 준다.

"편지의 예술이란 게 있지. 몹시도... 친밀한 행위야."
순식간에 목도리와 모자를 짜내는 실력을 지닌 프라이어가 자신의 병실을 찾은 리언에게 던진 이 한마디가 어쩌면 책 <셰어하우스>를 관통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리언의 병원 친구들은 처음 만난 티피에게도 의미있는 충고를 전한다.
"당신들이 지켜온 일상의 규칙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재빨리, 한꺼번에 해치워야 한다고 조언하겠어요. 피해갈 도리가 없게 말이야."라는 프라이어의 이야기. 그리고 백혈병 소녀 홀리역시 어른스럽게 단언한다.
"깜짝 선물처럼말이에요."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작한 둘 사이의 계약-엄밀히 말하면 티피와 리언의 여자친구와의 다짐-은 아주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깨지게 되고, <셰어하우스>의 전개는 급속히 빨라진다.
책은 로맨스 소설이 가진 매력을 아주 편하게 느끼게 해준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단숨에 읽게 되는 살림출판사의 <셰어하우스>의 색다른 경쾌함이 주는 여운이 크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