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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모든 끝은 시작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 그 경계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미치 엘봄은 보여 준다. 삶이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 축음이 알려 주는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연결돼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독히 불행한 사고를 당하며 성장한 애니가 '죽음'을 앞두고, 그리고 '죽음'을 당하며 겪게 되는 천국의 이야기다. 여기서 천국은 '지상천국'의 뜻마저 담고 있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필연을 만들어 내며 우리네 인생은 연결된다. 이유가 없는 순간은 없는 것이다. 힘들었던 삶을 딛고 가슴속에서만 머물것같던 첫사랑 파울로와의 재회, 그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결혼식을 올린 애니는 이같은 '필연'탓에 천국을 경험하게 된다.

행복만 가득해야할 결혼식날 애니의 시야에 리넨 모자를 쓴 인자한 표정을 가진 노인이 들어온다. 죽는 순간이 가까워지면 이승과 저승 사이의 베일이 벗겨지고, 천국과 지상이 겹쳐지면서 이미 떠난 영혼이 힐끗 보이듯이 말이다.
곧 닥쳐올 안타까운 운명은 마치 미리 정해진듯 흐르고, 생사를 가를 순간 가장 소중한 파울로에게 자신의 폐를 내주며 목숨보다 '사랑과 희생'을 선택한 애니. 천국에 다다른 애니는 지상에서의 삶을 통해 큰 연을 맺은 다섯 사람을 차례로 만나면서 점차 온전한 영혼과 신체를 완성해 간다.
"처음에 만나는 다섯 사람은 이유가 있어서 선택됩니다. 지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당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지요. 어쩌면 당신이 알던 사람입니다. 몰랐던 사람들일 수도 있고."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이처럼 애니의 천국에서의 다섯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스스로 깨닫든 말든 세상에서의 삶은 서로가 서로의 일부로 연결돼있음을 가르친다. 마지막 순간에서 출발해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애니의 여행은 미치 엘봄 특유의 감동과 유머를 충분히 전한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나.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남을 위한 일은 절대로 헛되지 않아."
어린 시절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게 해준 강아지 클레오와의 재회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그러나 각자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친구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비밀을 지키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비밀이 우리를 통제하는 거지." 모든 것이 부서져버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오로지 딸 애니를 위해 희생한 엄마, 그러나 속 깊은 비밀을 서로 나누지 못했던 까닭이 천국에서 밝혀진다.

"우린 치유하기보다 상처를 안고 있으니까. 다친 날은 정확히 기억해도 상처가 아문 날은 누가 기억하겠니?"
"보잘 것 없는 사람 같은 건 없어. 실수 같은 건 없다고."
애니를 구해준 놀이공원의 늙은 관리인에 이어 마지막 다섯 번째 만남까지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에서 등장하는 대화 하나하나가 삶이라는 주제를 놓고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너무나 보고 싶은 사람이지만, 천국에서 보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 있다. 미치 엘봄은 자신이 그린 천국에 대해 "사랑하는 이들이 이승에서 못 누린 평온을 찾기를,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리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깨닫기 마음"이라고 했다. 작가 미치 엘봄이 전하는 차분하고 자상한 메시지에 다시 귀기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