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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ㅣ 아르볼 N클래식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알레+알레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5월
평점 :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 그것과 같은 개념이지만 이동을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 이 벽을 허물고자 하는 인간의 '무모하고 허황된' 상상이 <타임머신>에서 이뤄진다.
쉽게 '공간'으로 개념지어지는 3차원 입체는 수많은 면으로 이뤄져 있고, 그 면은 수많은 선으로 구성된다. 또 선은 무수한 점이 요소다. 이 '점'이란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한없이 작은 점은 '위치만 갖고 있으며 부피는 없는 것'으로 정의된다. 과연 '점'은 실제하는 것이며, 뒤이어 등장해야하는 선과 면역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결국 '공간'이란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그저 사람들의 약속된 개념에 불과한 것인가.

번쩍이는 금속으로 대단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계같은 기계. 안쪽에는 상아가 있고, 뭔가 투명한 결정체로 구성된 기계. 하버트 조지 웰스가 창조한 '시간 여행자'의 '타임머신'은 이렇게 묘사된다.
'놀라운 역설과 속임수'
19세기말 최고의 SF 거장이 여행한 미래의 세계는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시간 여행자가 떠난 서기 802701년에 만난 키가 120센티미너나 될까 싶은 작은 체구,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한 체형과 병적인 아름다움마저 비치는 앳된 얼굴의 인간들은 더 이상 희망없이 존재하는 유기체로만 비쳐진다.
분명히 쇠퇴해가는 인간, 멸망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문명을 접한 시간 여행자가 떠올린 것은 '공산주의'. 그러나 잃어버린 타임머신을 추적하면서 그는 더욱 충격적인 미래와 만나게 된다. 과일만을 먹으며 세상 걱정없이 안이한 지상세계, 그들과는 정반대의 삶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지하세계가 극단적인 인간의 미래를 암시한다. '엘로이'와 '몰록'이라는 종족은 <타임머신> 이후 한 세기가 훌쩍 넘어 등장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에서 만난 두 인종과도 어쩌면 닮아 있다.
이처럼 단지 시간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타임머신'을 둘러싼 상상을 넘어 하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인간이라는 속성, 문명이 나아가야할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새삼 <타임머신>이라는 고전에 대한 감상이 특별할 것없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2020년 출간된 '지학사 아르볼'의 풀컬러판 <타임머신>은 새로운 구성과 편집, 특히나 알레+알레의 삽화가 독자의 흥미와 소장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아직 그 누구도 시간 여행자를 만난 적이 없으므로 '타임머신'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 그러나 하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영원한 인류의 여행을 꿈꾼다. 책 말미 미래일지, 과거일지 모를 곳으로 떠난 시간 여행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