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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ㅣ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평점 :
"또 사체야?"
"또 고양이섬?"
직경 500m가 안 되는 조그마한 섬에서 기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곳은 사와타리지마(砂渡島), 통칭 고양이섬이다. 마을 주민이래야 고작 서른 명 안팎이고, 사람보다 고양이가 훨씬 많이 산다. 지나치게. 주위가 절벽이고 모래사장도 거의 없다. 2차 대전 와중에야 겨우 담수가 나오는 우물을 파게 됐다는 섬. 그 전에는 밤에 고양이만 남는 무인도였다.
와카다케 나나미(若竹七海)의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猫島ハウスの騒動)>에 붙여진 장르는 '일상 미스터리'란다. 정치권이나 기업, 국가간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가 담긴 미스터리가 아닌, 보통의 소소한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사는 이야기 중에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뜻이라 짐작된다.
이 작은 섬에는 고양이섬 신사, 고양이를 테마로 하는 각종 선물가게, 역시나 낡은 민박집, 카페 등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인공 교코는 방학을 맞아 할머니를 도와 '고양이섬 민박집'을 운영한다. 열 일곱 미소녀 교코가 똑부러지게 민박집 1층 선물가게를 도맡던 중 평화롭던 섬에 기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이 벌어진다.

칼에 찔린 고양이 인형이 발견되면서 고마지 형사반장의 날카로운 추리력이 발동된다. 단지 인형이라 하더라도 '고양이 신사'와 '고양이 부적'을 판매하는 고양이 천국 '고양이섬'에서는 엄청난 사건일 수밖에. 그러나 절벽에서 날아온 남자와 마린바이크를 탄 바다족-육지의 폭주족에 대비되는 말이라고- 일원이 부딪혀 함께 사망하는 황당한 일이 터지면서 18년 전 일어났던 전설의 사건마저 소환된다.
교코의 작은 할아버지가 포함된 강도단이 벌인 '간토은행 삼억 엔 사건'이다. 모든 가담자는 탈주 중 사망하고, 훔친 돈마저 함께 태워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사건. 유일한 생존자인 교코의 작은 할아버지는 형무소에서 생을 마쳤지만, 사라진 삼억 엔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 스스로 집을 지어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자 하는 사람, 기발한 고양이 소품을 만들어 매상을 올리려는 사람, 성인소설을 번역하며 나이들어가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 은행을 그만두고 고양이섬에 정착한 부부 등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에 함께 묻어 난다.
너무나 작은 공동체, 긴밀한 인간관계, 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삶을 이어가는 섬 사람들. 그들은 그들보다 몇 배나 많은 고양이들과 더불어 공생한다. 몸집부터 성격, 출신, 털 색깔까지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먹이를 주면서.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 이 사람 누구지?" 그런 섬에서 벌어진 대형 사건 속에서 교코의 머리를 때리는 섬칫한 생각. 오랜 시간, 아주 가까이 있어 왔던 사람이지만, 그에게서 스쳐가듯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장면은 오싹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고양이의 보은', '고양이의 저주'가 육지사람에게는 그저 이야기꺼리일 뿐이지만, 이곳 고양이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필연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처지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고양이의 신비한 능력은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터. 고양이섬 파출소에 나와 있는 나나세 순경의 대활약-본인은 모르지만-과 수시로 터지는 우스꽝스러운 실수역시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이 가진 매력이다.
책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고양이섬의 음식이다. 일본 여행에서 골목골목 맛집을 경험하는 재미, 료칸같은 곳에서 내놓는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떠오른다. 한 번 상상해보자. 아침에 잡은 신선한 전갱이를 올리브오일로 구워내고, 하자키 토종닭 사육장에서 방금 보트로 배달된 채소로 만든 라따뚜이와 샐러드, 그리고 고양이섬 유일한 베이커리인 '체셔캐츠 치즈'의 갓 구운 빵과 커피라니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은가.
고양이섬 민박집의 메인 요리라는 하자키 목장의 특제 안심 스테이크, 콩을 넣은 버터 라이스, 고양이섬 근해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과 아보카도 소스는 또 어떨지. 소프트크림을 접시에 올려놓고 냉동과일과 고양이 모양 쿠키로 장식한 다음 초콜릿 소스로 고양이 얼굴을 그려넣은 '고양이 아이스'도 마찬가지고.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내내 등장인물들의 찬사를 받는 음식, '고양이섬 덮밥'이야말로 꼭 맛보고 싶을 지경이다.

"문제는 인간이란 생물은 너무 멍청해서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탄식. 연이어 터지는 사건은 책 전반을 통해 교묘하게 엮여있다는 사실을 독자는 발견하게 된다. 고양이와 사람, 나와 이웃, 어제와 오늘이 얽히고 섥혀 있어 반전을 거듭한다. 역시나 놀라운 진실은 고양이의 눈을 통해서만 발견되니, 독특한 재미를 주는 책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이다.(*)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