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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청년, 호러 ㅣ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평점 :
도시, 청년, 호러.
이사우 ,김동식, 허정, 전건우, 조예은, 남유하 등 여섯 명 작가의 단편을 모은 책 <도시, 청년, 호러>는 풀어서 '도시에 사는 호러같은 청년의 삶'으로 읽힌다. 얼핏 기이한 도시괴담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잊어도 좋겠다. 오히려 사람 사는 이야기에 가깝게 다가온다.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지 못하고 버려지고 잊혀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 그런 걸 아무도 몰라. 자기들 발아래 쪽에 뭐가 있는지, 뭐가 흘러 다니고 있는 건지."
도시의 맨홀 두껑 밑 '아래쪽'에 대한 이야기다. 시청으로부터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의 게약직 청년은 적은 근무시간, 높은 수당에 끌려 맨홀 아래로 내려가는 일을 선택한다. 윗쪽 사람들이 아니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아래쪽에 시선을 두고, 아래쪽의 현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간다.
버려지고 잊힌 사람들에게 간절한 것이란 바로 타인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 준다. '아래쪽'은 그들역시 세상의 일원으로서 제대로 돌고 돌아 숨통이 트이도록 관리하고 지켜주는 청년의 경험을 다뤘다.

'복층 집'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사회초년생이 겪은 섬뜩한 사연이 전개된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고, 누군가 몰래 숨어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복층 집.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에서 전해오는 기분 나쁜 느낌. 처음 갖게 된 나만의 안락하고 독립괸 공간이어야할 '복층 집'이 예상치 못한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 사소한 공포마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는 공간으로.
세번째 단편 '분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의 사연이다. 몇 년 째 합격을 위해 몰두하는 가난한 고시생.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조금 더 싼 곳을 찾아 재개발을 앞둔 흐름하기 짝이 없는 고시원을 선택한다. 좁은 방, 작은 침대 옆 사람 형체를 한 얼룩. 주인공은 자신의 사소한 소지품에서부터, 주변 지인, 가족, 그리고 결국 자신까지 잃게 되는 혼란에 빠져 든다.
<도시, 청년, 호러>는 또 외로움에 지쳐 스스로를 쪼개고 부수는 젊은 여성을 그린 'Not Alone', 사회 전염성이 강한 스크린 포비아를 다룬 '화면 공포증'으로 이어진다. 이미 세상을 가득 채워버린 화면(스크린). 그 화면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화면에 대한 매혹 때문에 사람들은 '저 너머의 세상으로'를 외친다.

여섯 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청년은 모두 외롭고, 힘들고, 지쳐가는 모습을 갖고 있다. 고시생이 그렇고, 계약직 근로자도 그렇다. '보증금 돌려받기'에서 이기적인 집주인과 사투를 벌이는 여학생도 마찬가지다. 특히 "집이 나가야 보증금을 줄 거 아니야"라는 집주인의 뻔뻔스런 말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 여전한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겪어봤을 만한 서러움이다.
청년의 상실감, 혼란, 고독, 중독,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과 기성세대의 냉대 등이 녹아 들어 호러를 이루는 <도시, 청년, 호러>이다.(*)
*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