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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어떻게 하면 지구라는 행성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행성>은 몰락한 인류 문명 이후 살아남은 인간과 고양이가 지구 정복을 노리는 쥐와 벌이는 마지막 전쟁을 다루고 있다.
2016년 발표한 <고양이>와 <문명>에 이은 '고양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다른 종과 소통이 가능하며,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고양이 '바스테트'가 새로운 대륙을 찾아 인간과 함께 벌이는 새로운 모험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통과 불통', '조화와 단절' 두 갈래의 의식과 행동이 가져다주는 결과를 바스테트의 시각과 사고를 통해 묘사한다. <고양이>에서 선보였던 우두머리 쥐 티무르, 바스테트의 집사 나탈리, 나탈리의 연인이자 바스테트에게 '제3의 눈'을 장착해준 로망 웰즈가 다시 등장한다. 로망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저자 에드몽 웰즈의 후손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부분 작품에서 그래왔듯 <행성>에서도 각 장을 이어주며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티무르의 추적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대형 범선 '마지막 희망'호에 몸을 싣고 35일간의 긴 항해를 마친 바스테트 일행은 미국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위기에 직면한다. 고성능 쥐약이 개발돼 퇴치에 성공했으리라는 기대는 적개심에 불타 넘실대는 수천, 수만 마리의 쥐떼 앞에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층 빌딩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는 인간 무리에 합류하게 된다.
지구 위의 모든 종과 소통하는 여왕이자 예언자가 되고픈 바스테트는 '쓸모없는' 인간들 속에서 편견을 극복하면서, 특유의 통찰력과 과거로부터 얻은 지혜를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간다. 그녀의 도도한 한마디. "내가 너희와 다른 건 딱 한 가지뿐, 바로 용기야." 쥐떼의 공격을 피해 솜어든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바스테트가 벌이는 신경전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결함과 오류를 정확히 표현해준다.

"인간들의 문명이 와해한 이유를 좀 더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에서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한다."
'한심한' 인류를 향해 바스테트가 던지는 말은 요즘 말로 '뼈를 때린다'."인간들한테 우리가 조금이라도 존경할 만한 구석이 하나라도 있다고 생각해?", "인간이라는 종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에 해만 끼치는 기생충이야" 인류의 멸망을 원하는 티무르의 공세도 만만찮다.
<행성>은 결국 지구의 지속을 위한 인간의 노력과 변화를 바스테트를 통해 요구한다. "우리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평화와 소통의 세상을 기대한다면, 지구 위에서 우리의 미래를 이어가길 희망한다면 바스테트가 남겨준 메시지를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