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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평점 :
간혹 스토리에 빠져 단숨에 완독하게 만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늘 가까이에 두고 틈날 때마다 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끔하는 책이 있다. 그랜트 스나이더가 그리고 지은 책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는 바로 후자에 해당된다. 멀게는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그렇고 가갑게는 로버트 짐러의 <파라독스 이솝우화>가 그렇다.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이라는 책이 부제는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가 주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빠진 이에게는 '눈 앞의 사물을 관심있게 보자'고 강조하고, 빽빽한 일상에 지쳐가는 이에게는 '매일 빈 공간을 만들자',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한 이에게는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고 일러 준다.
지루함에 겁내지 않고, 늘상 경이로움에 눈을 뜨게 만드는 구절이 정감어린 그림과 함께 이어진다. 독특한 시각과 평온한 사고가 주는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어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틱낫한 스님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걷기'편을 보자. '한 번에 한 걸음씩/느리게, 르너나 너무 느리지 않게/넋 놓지 않으면서/뛸 이유가 있나?/걸음걸이 다 목적지인걸/몸에 집중하고 마음을 자유롭게 하자/땅은 단단하고, 벌은 위윙거리고, 나는 살아 있다/계속 걷자 생각은 멈추고!/평소 지아쳤던 모든 것을 눈여겨 보자'.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는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기름 웅덩이와 오래된 CD, 조개껍데기와 딱정벌레 날개에서 무지갯빛을 발견하게 하고, 미처 인사하지 못했던 모든 것에게 '고마워' 한 마디 던지게 만든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무언가가 길을 가로막아
이게 대체 뭘까.
넌 꼼짝없이 갇혔어
너무 매달리고 있어
온통 나밖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어쩌면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라는 걸 버리면 어떨까"
-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가운데 '벗어나기'
책은 '나(ego)'를 잠시 내려놓고 조금만 벗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세상과 만날 수 있게 되는지 친절하게 보여 준다. 하나하나 발로 차버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밟아 뭉게다보면 어느듯 내 마음이 무게는 가벼워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불확실성에 갇혀 고민될 때는 서로 빛을 모아 그곳을 향해 계속 걸어가자고 조언한다.

예술 에세이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의 원제는 <삶의 기술(The art of living)'이다. 그랜트 스나이더가 알려준 대로 잔물결의 동그라미를 세보고, 떨어지는 빗소리의 리듬을 듣고, 밝은 색 비옷과 싸구려 우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 일렁이는 불빛 위에서 첨벙거려 봐야 겠다. 비오는 어느 날에 나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