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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평점 :
깊은 산 속 자리잡고 있는 여관. 방황하는 작은 영혼들이 이 세상에 미련을 남기고 사는 새파란 호수, 결코 이뤄지지 않을 애달픈 약속의 땅과 맞닿은 그곳에 가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오너, 묘하게 사람을 깔보는 것 같은 통통한 프런트 직원, 백발의 오드아이 요리사. 다갈색 머리의 어린 호텔보이가 있다. 요력(妖力)을 수련하고 있는 네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네 명'이라 불러야될 지도 모르지만.
약 5000만 년 전, 아득히 먼 옛날 숲속에 탄생한 작은 체구의 포식동물 '미아키스'. 그들은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사는 길을 택한 미아키스 후예다. 원통하게 죽어가는 인간, 방황하는 영혼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 '인간의 관찰자'로 존재한다.

후루우치 가즈에(古內一繪)의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원제:山亭ミアキス)>는 배를 채우거나 인간의 명령을 받아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인간에게 다가간 흔적이 있는 유사 이래 유일한 동물인 고양이가 인간사에 깊숙이 속해 힘과 벌을 동시에 주는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부모 손에 죽은 아이. 폭력적인 아빠와 그 앞에 무기력한 엄마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소녀의 사연에서부터 책은 시작한다. "아빠한테는 비밀로 하고 또 오자."는 엄마의 기약없는 약속을 기다리는 작은 영혼은 더위에 몸부림치다 이기지 못해 차가운 호수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경쟁시키는 여자, 도망치는 남자, 맞서 싸우는 여자, 숨어버린 소년, 짊어진 여자 등 다섯 명의 인간이 여관으로 찾아드는 사연과 함께 여관에서 수련하고 있는 고양이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로 구분된다. 사람과 고양이의 시각이 교차하면서 흥미를 더해준다.
특히 각 장마다 제시되는 고양이에 얽힌 전설이나 작품은 등장인물과 교묘히 연결되는 매력을 갖는다. 프랑스 시인 페로의 '장화신은 고양이', 비녀로 장식된 머리에 조그만 귀와 수염 세 개를 가진 중국 전설에 나오는 금화묘(金花猫), 아일랜드에서 전해지는 왕국을 다스리는 고양이 요정 카트시,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로잔 호수의 고양이 괴물, 인도 구전에 존재하는 여신 사슈티 마를 태운 거대한 고양이, 인간을 하인으로 부리는 이탈리아의 고양이 요정 파더가토 이야기 등.
전설의 고양이들은 여관에 있는 버꾸기 시계가 정시를 알리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등장인물들은 고양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경험하거나, 교훈을 얻게 된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네코다케(猫岳)' 전설을 기본으로 한다. 산속을 헤매는 인간을 홀리며 온갖 요력을 쌓는 고양이가 있으며, 이 고양이들이 수련하는 곳이 도호투 남부를 비롯해 여러 산지에 있다는 전설이다.
인간들은 강력한 최면술에 걸린듯 '네코마가다케'로 끌리게 되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체험을 겪게 된다. 그러나 막상 벗어나게 되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모호한 기억만 남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가 그렇다.

<고양이 여관 미야키스>의 고양이들은 그러나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모든 고통과 슬픔에서 해방되어 한 번 더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열심히 수련하고 있으며, 고양이가 가진 아홉 개의 목숨 중 하나를 인간을 위해 바치기도 한다.
1만여 년 전 티그리스 강 유역에서 고양이에게 고깃덩이를 내밀던 소녀는 몇 번의 환생 끝에 인연을 다시 만난다. 고양이는 생각한다. 자기들도 배가 고팠을 텐데 왜 '그들'은 '우리'에게 먹이를 주었을까. 인간과 우리의 불가사의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고. 독특하고 개성있는 캐릭터와 구성을 가진 책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