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 외모 대여점 / 이시카와 히로치카

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도쿄에서 온 대학생 안지는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의 점장이다.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과 목이 늘어난 줄무니 티셔츠 등 전혀 자신을 가꾸지 않은 듯한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인 인물. 할아버지 소노지로부터 능력을 물려받은 여우술사다.

오로지 자신의 핏줄 가운데 단 한 명에게만 물려 줄 수 있는 여우술사의 능력은 말 그대로 인간으로 변신하는 등 요력이 뛰어난 여우를 다루는 힘을 말한다. 후계자가 없다면 능력은 그대로 소멸해버리는 힘. 어쩌면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의 안지는 여우들의 마지막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石川宏千花)의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 외모 대여점>은 여우술사와 그가 부리는 여우들이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마음을 주고 받는 이야기다. 인간은 여우에게서, 여우는 인간에게서 '인간 다움'을 아주 조금씩 느껴간다. 원제는 '見た目レンタルショップ 化けの皮'다.

무엇이든 빌려주는 대여점, 거기에 '원하는 외모'를 빌려준다니. 바로 여기 여우의 둔갑술이 필요하다. 개성있는 등장인물 호노카, 마토이, 구레하, 사와키가 그들(?)이다. 이제 막 인간의 모습과 생각을 따라하기 시작한 쌍둥이 호노카와 마토이, 흑과 백으로 구분되는 나머지 두 여우는 안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모셔온 충직한 여우들이다.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외모'를 대여해 보세요."

범죄 행위에 사용하지 않고,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외모를 빌리는 데 문제는 없다. <외모 대여점>에는 10대 학생부터 40대 남녀까지 열 명의 사람이 각각의 사연을 들고 외모를 대여하게 된다.

책은 소소한 일상과도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간 다움'을 가르친다. 인간은 여장을 좋아하는 동생을 이해하기 위해 외모를 빌리고, 여우는 그 속에서 '성의 다양성'을 배운다. 복수를 위해 외모를 대여했지만, 이는 그저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 학생, 섭식장애를 가진 아이를 돕기 위해 비슷한 몸을 잠시 빌렸던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점차 어우러진다.

"셔터 맞은편에만 존재하는 것에 대해선 이제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두 번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어요. 문을 연 뒤의 당신은 앞으로 일어날 일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면 돼요. 왜냐하면 셔터는 이미 닫혔으니까요."

욕망에 사로잡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이들을 벌한 오랜 이야기, 그리고 최고의 복수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하는 안도에게서 <외모 대여점>이 잠시 빌려주는 것은 단지 겉모양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 문화충전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