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엘리트들은 완벽하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이자 엘리트 연구의 권위자인 미하엘 하르트만(Michael Hartmann)의 저서 <엘리트 제국의 몰락(원제:DIE ABGEHOBENEN: Wie die Eliten die Demokratie gefahrden)>는 엘리트 혹은 엘리트 그룹의 탄생과 속성, 그리고 부제에서 설명했듯 '그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에 대해 논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엘리트라는 개념과 정의를 살펴보고 각 사회에서 그들이 유지하며 세습하는 부와 권력의 독점, 나아가 엘리트 계급의 개방을 통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해 하르트만은 상세히 설명한다.독일의 경우를 중심으로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소수의 지배'에 따른 문제점을 나열하면서, '다수의 행복'을 향한 과제를 책을 통해 던지고 있다.


흔히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 또는 스포츠나 과학, 문화계 유명 인사 등 엘리트에 대한 인식은 개인이 속한 사회와 관심사에 따라 비슷하거나 상이하다. 한편으로 재벌이나 억만장자, 정치인, 관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람들이 비판하는 엘리트란 후자의 개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성공을 하는 데 있어 능력이나 노력보다 출신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온 하르트만역시 후자에 중점을 두고 그들을 분석한다.


엘리트의 개념에 대해 하르트만은 축구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축구계의 엘리트라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이들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FIFA(세계축구협회)나 UEFA(유럽축구협회)의 고위 간부, 유럽 명문 구단을 이끄는 이들, 또는 이를 후원하는 기업인이 엘리트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메시와 호날두가 차기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하거나 축구 규칙을 변화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국 누구에 의해 축구계가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란 뜻이다.


<엘리트 제국의 몰락>은 다섯 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1장 '그들만이 사는 세상 엘리트 제국', 제2장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3장 '엘리트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가'와 제4장 '공익보다는 사익, 엘리트 제국의 규칙', 제5장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치는 가능한가'로 구성된다.



하르트만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배타적인 엘리트계급에 의한 불평등과 불합리를 지적한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삶의 상황과 독점적 주변 환경으로 인해 대부분의 엘리트들은 특히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두고 점점 더 비슷한 태도를 보이며, 세상을 갈수록 더 위에서만 내려다보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 경제 분야 엘리트나 언론 엘리트층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럴 만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라는 지적은 옳다.


그가 인용한 니콜라스 카네스의 저서 <화이트칼라 정부(White-collar Government)>에서 언급된 "상류층으로 구성된 정부는 상류층에 유리하게 정부를 꾸려 간다.", "노동계급 출신 의원이 더 많은 주는 다양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자원을 할당하며 기업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기업가와 고위 간부 출신 의원이 더 많은 주는 복지 관련 예산을 줄이고 실업수당을 낮추며 기업의 세금 역시 낮춘다."는 연구는 미국이나 독일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하르트만은 이토록 배타적이며 이기적인 엘리트 계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개방성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보통사람'이 노력에 의해 엘리트로 올라설 기회가 넓어져야 하며,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엘리트층의 구조 변화가 중요하며, 엘리트층의 균질성이 약해질수록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제레미 코빈, 버니 샌더스, 에마뉘엘 마크롱에게서 모델을 찾았다. 결국 정치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정치'가 그것이다.


'가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점철된 엘리트 계급을 비판하면서도 '항상 부자와 가진 자에게 유리한 경제적 정책과 입장을 취하는 정당 또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이상한 현상을 벗어나는 것. 소득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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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3-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