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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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는 법기술자라는 말이 나온다. 법률가나 법조인 같은 말은 들어봤어도 법기술자라는 말은 생소했다. 그러나 느낌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법을 잘 알고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공동체의 윤리와 이익을 훼손하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양심없는 법률가들을 말하는 거다. 그들에게 법은 기술이자 수단이며 때로는 상대를 약탈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법기술자라는 말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시대에 법의 체면은 시류에 딱 맞게 등장한 친절한 스릴러다. 9년전부터 최근작까지 모인 단편집은 읽기도 쉽고 끝을 알기 어려운 내용전개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재미도 준다. 추리와 스릴러 SF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이런 이야기도 있다니? 하고 작가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표제작인 법의 체면과 수록작 완전범죄는 법이 얼마나 체면을 구겼는지, 법 기술자들이 법의 가면을 쓰고 얼마나 무능하며 위선적이고 차별적인지 고발한다. 완전범죄의 끝부분은 완전히 몰입하는 바람에 읽고나서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만큼 재밌었다.

SF를 좋아해서 마지막 단편인 컨트롤 엑스를 너무 재밌게 읽었다. 가능하다면 미래기술이 만들어준 이상한 콤비를 주인공으로 시리즈가 있었으면 좋겠다. 재밌는 건 길게 보고 싶으니까…

*서평단 참여로 도서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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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1 - 똑똑! 옆집 여우인데요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1
도미야스 요코 지음, 오바 켄야 그림,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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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요즘 어린이/청소년 도서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매우 기뻤다

책도 정말 예뻤고 삽화도 있어서 보기도 좋다

어린이도서나 청소년도서는 정말 친절하고 내용도 쾌속전개 어렵지 않아

쉴 때 읽으면 마음 속의 어둠같은 게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엄마는 여우 아빠는 보통사람이다

둘이 결혼해서 애가 셋!

삼남매는 엄마의 여우 능력을 조금씩 물려받았는데

그 초능력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본인들도 약간 알쏭달쏭하다.

엄마의 여우 가족들은 자꾸 사고를 치는데 그게 또 재미있다

외할아버지 자꾸 여우모습으로 티비를 보러 집에 오는데

주변사람들이 둔갑한 여우가 같은 건물에 산다면 어떨거같애...

가족들이 아무리 난리쳐도 할아버지는 그저 서운함...

그런데도 티비보는 건 포기하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귀엽고 웃기다

이모할머니는 이상한 예언을 해서 곤란한 일을 만든다



"재앙! 재앙이 온다!"

"오셨어요?"

이 부분에서 진짜 하릴없이 계속 웃음만 남

이미 대꾸하기도 지쳤다는 느낌이다

너무 웃겨서 무덤덤함이 이정도는 되어야 여우랑 결혼할 수 있구나

그런 감동이 있었다

삼촌여우는 수상한 물건을 막 조카에게 줘버린다

이게 진짜 재앙의 시작인데

또 알고보면 또 그렇게 재앙은 아닐 수도..

덕분에 용도 보고 뱀도 나타나고 자아성찰도 하고..

이 집안의 이상한 일들은 결국 재앙이라기보다는

가족들끼리 단합해서 잘 살아가는 과정같기도 하다

그런게 진짜 보기 좋았다


이모 여우는 언니라고 불러야 화를 안낸다는 점이 진짜 이모같았음

이 친척들 틈바구니에서 이러쿵저러쿵하다보면

또 1권이 후딱 지나간다


1권에서는 용의 등장과 이걸 어떻게 할건지가 주된 이야기인데

이 과정에서 가족들끼리 이러쿵저러쿵하며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좋다




이 가족은 사이도 좋고 단합도 잘되고 서로 하고 싶은 말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하면서

여차저차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잘된다

그 모든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도 충분히 고민하고 의견을 내고 또 상황을 바꿔나가고...

너무 재밌게 읽은데다 마음도 충만해지는 경험이었다

이런게 어린이도서의 좋은 점인거같다

어린이 도서인데 어른인 내가 이렇게 재밌어두 괜찮은걸까..

하지만 정말 재밌으니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녀보려고 한다

진짜 재밌는 이야긴데 벌써 7권까지 나왔다

읽을게 많아서 기쁘고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장바구니에 얼른 넣었다

"재앙! 재앙이 온다!"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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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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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괴담, 무서운이야기, 오컬트, 미스테리...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오싹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이런 음산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 책은 같은 제목으로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제목도 완전 정직하다. 이상한 집 2. 

그만큼 이상한 집이 잘된 책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이상한 집을 읽은 사람들도 미치게 만들만큼 재밌는 이야기일 거라는 자신감이 책에서 뿜어져나온다. 


이상한 집에서처럼 이야기는 평면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상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대박이 난 작가. 

그런 작가에게 사람들이 저자에게 자신이 살던 집의 평면도와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온다. 그런데 정말로 너무 이상한 이야기가 잔뜩 나온다.

 

처음에는 와 진짜 이상하고 찝찝하고 무서워 죽겠다. 

그렇게 평면도가 세 개쯤 나왔을 때에는 이거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뒤로는 평면도가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미친 이거 진짜는 아니겠지? 그런데 진짜 있을 것 같은 일이야! 진짜면 어떡하지? 일본이 이제 통째로 괴담과 미스테리의 나라로 보이기 시작한다.


오만 방정을 떨면서 책을 읽다보면 미스테리가 하나씩 풀리게 되는데 그 미스테리도 하나하나가 보통이 아니다. 


평면도 하나하나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무서운 이야기가 가리키는 어떤 방향을 눈치채게 되었을 때 오는 짜릿함과 무서움은 너무 굉장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단지 무섭기만 한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슬픔과 애환도 담겨있고 그 기저에는 놀랍게도 사랑이 있기도 했다. 


책을 덮는 순간에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애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거 3권 나오겠지? 이상한 집 3권 안나오면 이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년부터 주변에 미스테리 좋아한다 싶은 사람들은 죄다 출판사 리드비에서 나온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이 거대한 유행에 탑승해서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정말로 전부다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출판사가 생기면 나오는 책을 전부 읽어보는 것도 굉장히 큰 재미다. 리드비의 책들에 올 여름의 추리 미스테리 컬트를 맡겨볼까 한다. 이상한 집2처럼 에어컨 없이도 시원할만큼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어줄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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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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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의 서평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무서운 얘기 해 줘.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람을 순식간에 어둠으로 끌고가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김달리 작가의 소설집 머큐리 테일은 단순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거 사랑과 전쟁?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쉽고 단순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김달리 작가의 이야기 흐름에 맞춰 순식간에 어두운 곳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 욕심많고 거침없고 무례한 부자 아줌마와 가정부

- 결혼을 약속한 애인과 잘 때마다 나타나는 얼굴 없는 귀신(알고보니 그 귀신은 매우 미인이었다)

- 늙은 교수 아버지가 젊고 아름다운 20대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동반자살했는데 사실 그 여자가...

- 이미 멸종된 생물의 유전자를 되살려서 키우는 중인데 걔가 나를 아빠라고 부름

- 매일매일 자살소동을 벌이는 여자애가 SNS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남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사회면이나 SNS에서 떠도는 썰 같아 보인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이야기 같아보였던 것은 완전히 착각이다. 뻔해보이는 이야기의 다음 문장을 읽으려고 나아간 순간 다음 순간 이야기는 바닥이 꺼져서 추락하는 종류의 재난과 같은 괴담으로 변한다. 이 괴담에 걸려든 순간 어떤 인물도, 심지어 독자들도 빠져나가기 어려워보인다. 이 이야기라면 당연히 이렇게 흘러가겠지 라고 생각하는 도식들은 뒤집히고 배반당한다.

아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다고? 그런데 그게 정말 재미있다.

우선 문장들이 뚜렷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저기로 카메라와 화면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고 TV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게 느껴진다.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가 산만하지 않고 정확한 탓에 이 괴담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인기많은 괴담(각종 커뮤니티에서 너무 유행을 많이 한 나머지 디지털풍화가 일어난 괴담이미지조각)이 아니라 작가가 공을 들여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만큼 쾌적하고 유려한 추락과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전개도 빠르고 경쾌하다. 순식간에 어둡고 기이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이야기 속 인물들을 제 욕망의 감옥속으로 거칠게 밀어넣고 문을 쾅 닫아버린다. 적어도 앞의 세 편의 단편에서 욕망과 괴담의 감옥은 인물들도 독자도 놔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 욕망에 낚여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는 꽤 있지만 이렇게 뒤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괴담의 성격으로 보게 되니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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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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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토끼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이후

한국 문학의 위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던 기억이 얼마전인데

또 한 번 필립 K.딕 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책이 개정 출판되었다.

마침 그 단편집의 주인공 너의 유토피아다.

상 받는 작품의 균형감각에 대해서는 이전에 말한바가 있지만

너의 유토피아같은 단편집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바로 SF로만 보기에는 너무 현실적이고 치열한 삶의 이야기다.

영생불사연구소에서는 한국 학계와 연구소에 흔하지만 염병할 부조리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꾸물꾸물 욕을 하고 욕을 먹으며 제 자리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행의 끝에서는 우주와 식인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라고만 보기엔 우주도 식인도 전염병도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정보라의 세계에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욕망이 부글거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제 욕망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다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

반면 기계들은 사랑을 한다.

서로를 돌보고 싶어하고 기만을 딛고 범법을 저지르더라도 연결되고 싶어한다.

그것도 어쩌면 불쾌한 일이다.

그렇지만 120세가 된 어떤 할머니는

또다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고 한다.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는 절뚝거리는 할머니는 테러리스트의 속삭임에 치를 떨고

경찰에게 빼앗긴 지팡이를 되찾지 못해 화를 내며

이 사회의 부조리를 도저히 참지 못해 광장으로 나선다.

끓어오르는 분노는 읽는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작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편

우리가 가고자 하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절뚝이지만 힘찬 의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음양의 조화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커다란 분노 뒤에는 이토록 커다란 웃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분노는 독자의 웃음과 만나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유토피아로 간다.

작가의 유토피아는 기계의 중얼거림만으로는 갈 수 없다.

이기적인 사람들로도 갈 수 없다.

사람의 불행을 보고 분노하고 용서하지 않으며

불행한 사람들이 비로소 일상을 누릴 수 있게된 모습이 있어야한다

그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야 한다.

그 끝에 우리의 유토피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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