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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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토끼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이후

한국 문학의 위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던 기억이 얼마전인데

또 한 번 필립 K.딕 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책이 개정 출판되었다.

마침 그 단편집의 주인공 너의 유토피아다.

상 받는 작품의 균형감각에 대해서는 이전에 말한바가 있지만

너의 유토피아같은 단편집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바로 SF로만 보기에는 너무 현실적이고 치열한 삶의 이야기다.

영생불사연구소에서는 한국 학계와 연구소에 흔하지만 염병할 부조리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꾸물꾸물 욕을 하고 욕을 먹으며 제 자리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행의 끝에서는 우주와 식인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라고만 보기엔 우주도 식인도 전염병도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정보라의 세계에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욕망이 부글거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제 욕망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다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

반면 기계들은 사랑을 한다.

서로를 돌보고 싶어하고 기만을 딛고 범법을 저지르더라도 연결되고 싶어한다.

그것도 어쩌면 불쾌한 일이다.

그렇지만 120세가 된 어떤 할머니는

또다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고 한다.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는 절뚝거리는 할머니는 테러리스트의 속삭임에 치를 떨고

경찰에게 빼앗긴 지팡이를 되찾지 못해 화를 내며

이 사회의 부조리를 도저히 참지 못해 광장으로 나선다.

끓어오르는 분노는 읽는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작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편

우리가 가고자 하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절뚝이지만 힘찬 의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음양의 조화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커다란 분노 뒤에는 이토록 커다란 웃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분노는 독자의 웃음과 만나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유토피아로 간다.

작가의 유토피아는 기계의 중얼거림만으로는 갈 수 없다.

이기적인 사람들로도 갈 수 없다.

사람의 불행을 보고 분노하고 용서하지 않으며

불행한 사람들이 비로소 일상을 누릴 수 있게된 모습이 있어야한다

그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야 한다.

그 끝에 우리의 유토피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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