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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상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티븐 킹은 전설이다.
호러, SF, 판타지, 서스펜스 작가로서는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그가 만든 소설들이 할리우드를 만났을 때는 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캐리>, <샤이닝>,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끝도없이 명작들이 이어진다. 스티븐 킹을 모른대도 소설 한 줄 읽지 않는대도 여기 나온 영화의 이름 정도는 누구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2025년 여름, 스티븐 킹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무려 다음과 같다.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미친거 아냐 이거. 사람을 얼마나 무섭게 하려는걸까.
이렇게 정직한 제목이라니 홀린듯이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마치 여름밤의 모험처럼 두렵지만 설레기 시작한다.
<재주 많은 두 녀석>에서는 갑자기 성공한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과 글쓰기같은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은 했지만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두 남자는 어느 날, 문득, 갑자기 엄청난 재능을 보이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화가와 작가로 성공한다. 그 성공에는 뭔가 비밀이 있다. 뒤가 구린 비밀일까? 아니면 무슨 외계인이라도 만난걸까? 갑작스럽게 재능이 개화해서 전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다니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거지? 읽는 내내 숨을 참으며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갈망과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다소 컴컴한 주제로 한발자국씩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5단계>는 정말로 사악하다. 중독자들은 흔히 5단계를 통해 중독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듣기 싫지만 어쩐지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알콜중독자의 이런 어두침침한 고백 최악이야! 하지만 읽는 내내 대화를 이끌어가는 이 솜씨에 영락없이 걸려들어가고 말았다. 끝까지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사악한 대화의 덫에 걸려들어간 나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별종 윌리>에는 별종이라 불리는 기분나쁜 소년 윌리가 나온다. 읽는 내내 이게 뭐야? 이건 뭐냐고! 기분나쁘고 찜찜하고 나약하지만 사악한 우정의 교류를 들여다보면 샤론처럼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대체 얘기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지 하면서 끝까지 따라가고 말았다. 으 기분나빠 하지만 대체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된거지 너무 신기해. 찜찜하고 기분나빠. 하지만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엔딩을 보여준다.
<대니 코플린의 악몽>
이 책의 본론은 이 단편에 있다고 확신한다. 정말 재미있고 끝까지 보지 않으면 안되는 이 미친 소설은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한다. 살해된 여자에 대한 꿈을 꾼 대니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이건 꿈이고 사실이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찜찜했기 때문에 그 장소에 갔더니 정말로 살해당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고 그 죄를 대니에게 뒤집어씌우려고 거의 미쳐버렸다. 대니는 이제 모든 수모를 견뎌내면서 범인이 잡히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야기는 한 줄 읽어나갈때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대니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거지. 그렇지만 살아나갈 구멍은 있다. 대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게 나를 잡아넣으려고 돌아버린 부패 경찰이든 내 말을 믿지 않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하는 경찰이든간에.
<핀>을 읽고 나면 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를 죽도록 두들겨패는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인생은 언제든 나를 두들겨팰 준비가 되어있고 그 과정에서 내 주머니에 돈이 얼마간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건가. 운이 나빴다거나, 그 서류에 대해서 모른다거나,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거나 그런 말들은 내가 얻어터질때에 변명이 되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살아있고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는 어릴 때 놀던 놀이터에 다시 앉아있게 된다. 취했든 미쳤든 중요한 건 우리가 미끄럼틀을 다시 기어오르게 된다는 거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이 그저 악몽일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다.
스티븐 킹이 이 모든 어두운 기억들을 그의 머릿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머릿속에서 다시 끌어낸다. 심지어 (상)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하)편도 있다. 두 권이나 된단 말이다. 어둡고 점점 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가 영혼까지 털어낸다. 여름밤에 현실을 싹 잊어버리게 만드는 진짜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