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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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구바가 신작을 냈다.

책이 나온 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가슴이 설렜다. 빨리 읽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는데 서평단에서 가장 빨리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다.


수전 구바는 전세계급 문학 비평가다.

재미있는 책을 정말 많이 썼는데 특히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도서관에 있는 책에 낙장이 있어 출간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쫌쫌따리 읽던 책이 펀딩으로 출간되자마자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 수전 구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 일단 구바는 그 이후에도 많은 책을 썼다(국내에 번역은 안됐을지라도). 그리고 2008년에 난소암 진단을 받아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2025년에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 <피날레>가 출간되었다.


암이라고? 암이라는 단어는 무게가 너무 크다. 암에서 회복하며 노년의 학식있는 여성이 겪었을 고통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이 책은 이 안에 있는 여성 노년 예술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후기 예술에 다가가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냈는지 짜릿한 부분을 골라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가십같으면서도 동시에 유익하며 사람에게 용기와 장난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들까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일단 1부를 막 읽은 참인데 아니 다들 너무 짜릿한 연애를 하셨는데요?


조지 엘리엇은 20년간 산 남편과 20년 어린 남친을 사랑헀다.

자기 소설에 나오는 내용처럼 의붓아들과 연애를 한 콜레트는 자신의 욕망과 선택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의 예술을 뜨겁게 밀고갔으며 수많은 추종자들과 여러가지 관계를 쌓았다. 물론 연인이나 남편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직 책의 3분의 1밖에 안왔는데도 이렇게 뜨겁다니..

노년의 노쇠함과 고통에 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 수록 사라지는 인지 능력은 생애가 끝날 때까지 우리가 습득하는 여러 능력으로 상쇄된다.”

과학도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피날레>와 함께 생의 마지막이 더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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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어디에 있나요?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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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풍요가 극에 달한 시절이란 그 국가가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자동으로 불러들이는 걸까? 영국이 배경인 <휴먼 어디에 있나요>를 읽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하는 시대를 상상할 때 나오는 배경이 갑자기 19세기 영국의 그것이다. 산업혁명의 역군이자 전 세계에 대영제국의 국기가 휘날리던 그 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이 황폐한 아포칼립스의 세계에 하나의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그의 이름은 찰스였다. 지금은 언찰스다. 찰스였지만 이름을 빼앗기고 찰스아님이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황당하지만 웃기다. 집사장이었지만 주인님을 죽여버리고도 집사장으로 남고 싶은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농담도 여기까지 가면 진지하다. 이 진지한 농담같은 소설은 이 세상의 뛰어난 소설가들의 맥락을 가지고 제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일단 재밌다.

이런 영국식 유머가 그리웠다. 

한동안 이런 영국식유머를 잘하던 작가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추문에 휩싸이는 바람에 더이상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시니컬하고 자조적이고 자신의 근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맥락을 가지고 쉬지 않고 웃기고 싶어 좀이 쑤시는 사람이 글 뒤에 어렴풋이 비쳐보인다. 이 영리하고도 바보같은 농담들 사이에 기술과 로봇과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 존재들이 삐죽빼죽 튀어나온다. 


우화같기도 하고 옛날의 소설 거장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같기도 한 소설은 제 이름을 잃어버린 언찰스의 등에 업혀 제멋대로 여기저기 쏘다니며 제가 있을 곳을 찾아다닌다. AI가 어떻든 로봇이 어떻든 주인님이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산책하기를 바라는 시종이 있는 세상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게 재밌다. 영국에서 제인오스틴이 유행하고 브리저튼이 끝나지 않듯 한국에서도 늘 사극이 나오고 호통치는 왕족과 유교맨들이 쏘다닌다. 한국인의 마음 속에도 언제나 있는 고향과도 같은 풍경 속에 내가 똑똑히 봤슈를 외치는 머슴이 존재하듯 영국인들의 마음 속에도 엄격하고 완고한 얼굴의 시종장이 자존심을 부리며 다림질을 제대로 하라고 외칠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영국인들이 한 500년정도 더 살아도 절대 버리지 못할 것 같은 풍경속에 자아정체성을 찾아다니는 AI로봇 시종장이 나온다. 


언찰스가 나에게도 맛있는 샌드위치와 차 한잔 따라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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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중국 신화 - 천지개벽부터 하나라 건국까지, 오늘의 중국을 만든 최초의 이야기 드디어 시리즈 10
황더하이 외 지음, 이유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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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떤 나라일까? 

한반도의 바로 옆에 있고, 수천년의 역사가 뒤섞여 여러가지 관계로 함께해온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드디어 만나는 중국신화>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신화를 들여다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믿고 생각하고 있는 어떤 근본적인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기회에 서평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최근에 게임 <검은 오공>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해 게임 업계에서도 이제 중국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자>같은 애니메이션 역시 중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전세계적으로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중국의 내수 시장만큼은 꽉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커다란 땅덩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문화적 지표라고 본다. 중국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일만한 문화적 컨텐츠가 만들어지는데 성공했다는 뜻이 아닌가. <나자>에 대해서 내수 시장에야 먹히지만 전세계적으로 호소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처음부터 전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는가? <검은 오공>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이 게임의 기원이 중국의 옛 소설 <서유기>를 기반으로 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나자>와 같은 작품은 중국의 신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중국 신화에 대해 뭘 알지?

어릴 때에는 <봉신연의>와 같은 만화가 크게 유행했기 때문에 아주 문외한은 아니지만 중국 신화에 대해 단독으로 다룬 서적을 읽어본 적은 없다. 오히려 고전문학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이야기가 많다. 옥황상제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곤륜산, 봉래산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은 교과서에서 만나 알게 된 파편적인 지식이다. 


책에 따르면 중국의 신화라는 개념은 서양에서 수입되어 재정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의 신화는 역사에서 출발하고 역사를 중심으로 재개편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에 이르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화의 모습으로 다시 정의되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역사 속에서 신화화될만한 부분들을 골라내어 가공하여 신화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인식도 있을 수 있다. 나도 이런 부분들은 어쩐지 꺼림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그걸 신화화하는 것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서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고 소비하고 있는 나라에서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인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중국 신화에 대해 아주 쉽고 재미있고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정리되어 있다. 이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 있었던 한 사람의 외로운 신이었던 반고와 그의 뒤를 이어 태어난 몸은 뱀이고 얼굴은 사람인 모든 사람의 어머니인 여와, 인간들과 인간들이 만들어낸 신의 존재, 곤륜산의 구조와 사람들의 염원 이런 것들까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바로 옆나라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어떤 풍경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이름과 지명들이 엮여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신화 속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을지 아주 쉽고 재미있는 형태로 보고 싶다면 <드디어 만나는 중국신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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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스크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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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름다웠던 적이 있을까?

세상은 언제나 망가져가고 있고 멸망해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터스크에서 인간들은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어떤 동물들이 가진 부분들을 노략해서 그 종을 멸종으로 몰아간다.

멸종에 가까워질수록 끔찍한 짓은 가열차게 진행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일에 끔찍함을 느끼고 그런 일을 막으려고 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멸종에 가담할 뿐 멸종을 막기는 어렵다.


많은 생명들, 죄없는 생명들은 외면당하면서 죽어간다.

그리고 그 죽음들 위에 어떤 특이한 생명이 태어난다.

매머드의 육체에 인간의 영혼이 깃든 그 존재는 코끼리연구가였던 다미라 박사다.

다미라 박사는 코끼리를 연구했고 코끼리는 멸종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도 밀렵꾼들에게 죽임당한다. 거기까지는 흔한 끔찍한 이야기같은데 그 뒤에 다미라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살아갈 매머드로 다시 태어난다. 이미 멸망한지 한참 된 존재이자 코끼리의 조상인 어떤 존재로 인간의 과학으로 그렇게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한 명의 소년이 나타난다.

밀렵꾼의 아이. 그는 죄가 없지만 밀렵꾼은 아니다.

그러나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매머드가 된 사람과 죄많은 인류의 죄없는 소년이 서로의 앞에 섰을 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바뀌려고 할때 서로 다가가려고 하다가도 밀어낼 때 마음은 어쩐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단지 슬프다는 이야기로는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끔찍한 일을 두고 어떻게 해야 미래로 갈 수 있을까.

매머드도 인간도 모든 것이 잘못된 곳에 서로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 서로를 밀어내는 방법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놓여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가슴아프고 뜨겁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멸망과 죽음, 어린 생명과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아름다운 면이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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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600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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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도쿠를 정말 좋아한다.

예전에 스도쿠를 한창 하던 시기에는 스도쿠를 하다가 지하철을 세 번이나 놓친 적이 있다.

그렇게까지?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게 순식간에 그렇게 된다.

스도쿠를 풀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순간 전철이 떠난다. 그러면 아 다음 열차를 타면 된다는 마음으로 다시 스도쿠에 매진한다. 그러다가 또 고개를 들면 지하철이 떠나고 있다.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지. 그런데 지금 생각하던 숫자가 맞는지 한번만 더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만 봐야지, 정말 이것만 봐야지. 그리고 고개를 들면 다시 열차는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날 약속에 된통 늦어버린 후로 나는 울면서 스도쿠를 끊었다.

그리고 카페 서평이벤트에 스도쿠 600이 뜨는 순간, 나의 심장은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스도쿠다 스도쿠! 600개나 있대!

책을 받아들었더니 그 무게가 벌써 압도적이다.

친절하게 스도쿠를 푸는 법부터 적혀있다. 책은 심지어 이 무게를 다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낱장으로 하나씩 뜯겨나간다. 나는 회사 모니터 아래에 스도쿠 책을 가져다놓고 호시탐탐 이것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노리고 있다. 일이 바빠서 업무중에는 도저히 스도쿠를 할 수 없고 퇴근할 때 한 장 정도 뜯어서 가방에 넣어간다. 집에가서 피곤으로 기절하지 않으면 스도쿠를 해야지. 오늘은 꼭 스도쿠를 해야지. 머리맡에도 그 한장을 고스란히 가져간다. 스도쿠 해야지. 오늘은 꼭 스도쿠를 하고 싶어. 그렇게 다 풀지 못한 스도쿠와 함께 잠이 든다. 직장인은 스도쿠의 꿈을 꾼다. 언젠가는 꼭 스도쿠를 하고 싶다. 그렇게 600개의 소망으로 가득찬 스도쿠 책과 함께 살아간다.

#스도쿠600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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