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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마디로 <동물원 가기>는 누군가를 알기전 짧지만 핵심적인 소개를 듣고 싶을때 골랐다면, 제대로 된 시작이다. 한권이라도 저자의 책을 읽었다면 실망할 수 있는 책이 되겠지만...
한사람의 저자와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듯이 처음 만났던 <여행의 기술>을 다시 읽었을때 이전 제일 좋아하는 저자의 책은 여행의 기술이다를 뒤집었다. 스스로 우스워 질뻔 했다. 반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철학의 산책으로 나서자고 유혹하는 책이라 내키지 않아 했는데 한밤중에 읽은 쇼펜하우어편은 빠져들었고, 니체보다 저자가 사랑하는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은점은 어떤책이든 읽기 시작하면 생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을 거의 가지고 있는 편인데 정독도 좋지만 아무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흐름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어색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란쿤테라식 글쓰기를 좋아하고, 프루스트를 좋아한다면 분명 좋아질 작가다.
사소하지만 삶을 영위시키는 작은것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섬세함, 다분히 수다스럽다는게 저자의 미덕이자 맛.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의외의 맛난 저녁을 먹고 돌아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후식처럼 아무페이지나 꺼내 읽을 책을 찾는다면 저자의 책중 소설보다 에세이부터 시작하면 좋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불안> 이 좋아요. 동물원 가기로 저자의 제맛을 느낄순 없지만, 첫만남이라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안내서 역할은 됩니다. <동물원 가기>를 읽으면서 어떤책에 나왔지 하며 알아 맞추고 찾아보는 기억퍼즐게임을 좋아한다면 속는셈치고 읽어 보는 재미를 만날 수도 있어요. ^^
한 작가의 모든 출판물을 읽고 신간이 나오길 기다리는 여유로움은 으쓰대는 듯한 기분이라고 할까. 지금껏 출판된 책들에서 엑기스만 뽑아 엮은 책<동물원가기>에 다소 실망했지만 최근 가장 좋아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건 무의식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