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춤추는 여인 - 위대한 예술가의 초상 3 에드가 드가
에드가 드가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창해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다. 아니 언제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품고만 살았다. 이 책이 출판된 해는 2000년이다. 십년이 지났다. 교과서에 나왔던 드가의 그림 한 두점 정도만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3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화실을 나갔다. 채색을 하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3시간이 거짓말처럼 지나갔다.
그림그리기는 4개월째로 접어 들었다. 2달간 유화를 그리고 소묘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싶을때의 느낌과 달리 그리고 있는 지금은 그림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잘 그릴수 있을까. 혹은 나는 왜 그릴까하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러던 차에 책 한권을 빌려 왔다. 한동안 수채화, 유화 기초에 대한 책들을 빌리다가 에드가 드가를 빌렸다.
춤추는 무희와 경마장, 오페라 가수, 오케스트라단원, 목욕, 세탁부 같은 도시인들의 일상이 주류를 이룬다. 드가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림은 '무희들'이다. 발레를 준비하는 기다림, 혹은 음악에 맞춰 우아한 모습으로 춤을 추는 무리, 연습실장면, 리허설준비장면 많은 파스텔화와 유화를 그렸다.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되지만 풍경화를 그리지 않고 도시인들의 일상을 즐겨 그렸다(오페라, 발레, 카페). 어스름한 저녁 카페를 즐겨 그렸고, 친구들의 초상화와 지인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여인들(무희, 카페의 가수, 목욕하는 여인, 세탁부)의 살아있는 자세를 파스텔로 즐겨 그렸다. 드가의 파스텔화를 보면서 파스텔의 보존성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에드가 드가(1834년~1917년)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20대 이탈리아 여행을 자주 했고, 30대 중반부터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해 60세에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을 잃었다. 유화, 파스텔, 판화, 조각을 했고, 무엇보다 선과 형태를 중요시하고 데생을 강조한 채색주의자였다. 1874년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한다. 7회를 빼곤 모두 참여하는 열성을 보였다.
드가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구분된다. 춤의세계와 경마의 세계였다. 자연이 아닌 인간이 숨쉬는 세계를 탐미했다. 이 책은 드가가 보낸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 같으면 당장 전화를 걸었을테지만 그 시절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렸던 소통이 남긴 낭만적 흔적으로 채워져 있다.
책속에---------------------------------------------------------------------------
<예술을 향한 드가의 단상>
예술 세계, 그 속임수
"예술은 악이다. 따라서 예술과 합법적으로 결혼하지 말라. 다만 예술을 강간하라."
"그림은 형상이 아니라, 우리가 그 형상에 대해 갖는 감각이다."
"나는 선을 중시하는 채색주의자다."
"색을 칠한다는 것은 그림에 깊이를 주는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때에야 발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유명하면서도 알려지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드가에 대한 회상>
드가, 무희를 그리는 화가
드가는 예술을 속임수라 했다.
예술에는 인위적인 가공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다만, 그 인위성을 자연의 일부인 양 교묘하게 속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화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점에서 드가는 솔직하다. 그렇기에 시골 촌부와도 같은 모습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인위적인 조작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눈 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유행이지. 마치 해시계처럼 말일세.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림에는 약간의 신비로움, 약간의 모호함, 약간의 환상이 감겨 있어야 하는 법이네. 자신의 의도를 그저 솔직하게 드러내려 한다면 대중을 지루하게 만들고 말거야. 삶의 모습을 그릴때는 인위적인 조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야. 하지만 그런 조작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
"상상력이 허락하는 대로 마음껏 상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118 예술가의 슬픈 운명
나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없습니다. 모든 일은 혼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따분해지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완전히 지쳐버립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입을 열 기회가 도무지 없습니다. 때로는 지금처럼 편지를 쓰기도 하지만 대게는 잠들기 전에 책을 읽습니다.
p181 예술이라는 노동
사람이 언제나 자기 의지대로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나? 바로 예술이란 노동이 아니겠나.
p196 단순함에서 모든 것이 성취된다.
단순함에서 모든 것이 성취된다. 진리중의 진리야. 어떻게든 성공이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얼마나 구역질 나는 일을 참아야 하는가!
p208 예술에 우연이란 것은 없어!
똑같은 주제를 거듭해서, 열 번 아니 백 번이라도 거듭해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201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