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도 모르면서 인생이 어쩌니 하며 외우곤 고뇌에 빠진듯
그 알수 없는 허무로 포장되기 까지 했던 어린시절
독특한 현대시 한편이 내게 던진 파장은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똑같은 무게로 짓누르고 있지만...
이 긴 시를 외우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1. 목마와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2.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의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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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희의 노래로 먼저 만났던 시 그 다음에 이시가 박인환의 시란걸 알았었다.
아직도 노래 멜로디가 귓가에 맴맴돈다^^

 *건  비   문
인제가 낳은 시인 박인환은 1950년대를 극명하게 살다간 시인이다.
비록 31세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온 몸으로 불태운
그의 시혼은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숨쉰다.
세월이 가면의 박인환은 바로 우리 인제만의 영원한
반려자이기에 군민의 정성을 모아 여기에 시비를 세우고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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