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도서출판 개마고원 블로그(http://blog.naver.com/kaema1989/220824796690, 2016년 9월 30일)에서 원본 복원 후 재등재한 것임.
며칠 전 발견했는데, 예컨대 이런 글(http://allfail.tistory.com/1)이라면 차분히 존중하며 댓글을 달 만하다. 글쓴이는 정의당원인 성수동 라인하르트로 돼 있다. 그의 글은 내가 접한 정의당원(혹은 지지자)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능력이 있는 이성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다음 글은 윗글에 대한 나의 댓글이다.
1. 그는 '광주학살이 아니라 부마학살이었으면 역사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 상상을 왜 하는 것일까? 정의당의 이데올로기적 틀에 맞지 않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의식적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적 틀과 역사적 사실이 맞지 않는다면, 바꿔 말해 역사적 사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있는 이데올로기적 틀이 따로 있다면 필요한 것은 상상된 역사가 아니라 잘못된 이데올로기적 틀의 폐기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의 상상력도 거기까지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2. 과문한 나는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이 택한 3대 목표(전략)가 '노동', '청년', '호남'이었다는 걸 그의 글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내 두 눈을 의심했다. 그래서 검색까지 해봤더니 <아시아투데이> 2016년 3월 2일자에서 그런 보도가 분명히 있었다.
'영남패권주의에 투항한 지역주의 양비론'의 유시민과 '호남비하 관점에서 일베와 공통된 속성'을 보여주는 진중권을 이데올로그로 떠받드는 정의당(지지자)의 3대 전략이 '호남!!! 표???' 고종석식으로 표현하면 '커널 샌더스를 지지하는 치킨표 획득'이 정의당의 전략이었다니! 하긴 정의당이라고 왜 사양하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을 비롯해 지금도 여기저기서 그런 야망을 갖고 있다고 자랑스레 떠벌리는 정치인들이 넘쳐나는데…. 그렇지만 정의당의 '호남' 타령은 '주입식 계급환원론'보다 더한 가관이다.
성찰적으로 쓰인 글의 느낌에 비추어볼 때, 정의당원인 성수동 라인하르트는 애초(총선 전)에 이 황당한 전략을 접하고도 나만큼 '논리적'으로 놀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일반을 지배하는 바로 그런 사태가 더 놀랍고 절망스럽다. 그저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집권만 할 수 있다면, 반민주와, 위선과, 비논리와, 겁박과, 거짓 영웅을 만드는 선전선동 따위가 문제조차 안 되고, 심지어 찬양받는다. 그리고 지식인들조차, 아니 지식인들이야말로 적극·소극적으로 그 사회적 병리현상에 정신없이 합세하는 것이다.
3. 다음은 성수동 라인하르트의 이성에 기대하는 결론적 질문이다. 영남파시즘과 영남패권주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호남이라는 지역단위의 저항적 다수표를 얻으려는 생각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아, 노무현과 그 추종세력은 한때 그 위선적 능력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질문을 바꾸자. 그것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보는가?
사족이겠지만, '뜬금없이 비논리적이고 파편적인 생각으로' 영남파시즘과 영남패권주의 역사'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고 대답할 경우를 대비해 한 가지 질문을 더해 놓는다. 그 경우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데올로기와 정치현실 그리고 역사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그 '인정'이 완성된다고 보는가? 그 완성을 위한 지난한 투쟁에 정의당이 기꺼이 (앞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는가? 제발, 일본을 롤모델로 삼아 대답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8798452(원문), 2016년 9월 29일(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