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역사 - 숫자로 묻고 세계를 증명하다 소소의책 역사교양서
스네자나 로렌스 지음,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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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역사를 읽기 전까지 수학의 역사를 생각하면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뉴턴처럼 교과서에서 배웠던 유명한 수학자와 공식들이 먼저 떠올랐다. 수학은 이미 완성된 지식을 배우는 학문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수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숫자와 기호, 공식 하나에도 수백 년, 때로는 수천 년에 걸친 인간의 질문과 실패, 논쟁과 발견이 축적되어 있었다. 결국 수학의 역사는 숫자의 역사라기보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온 역사에 가까웠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오랫동안 숫자와 자료를 접하며 일해온 나에게 수학은 비교적 익숙한 언어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는 숫자는 대부분 이미 만들어진 체계 안에 있다. 어떤 수치를 비교하고 변화의 원인을 찾으며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판단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와 계산법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수학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했다.


 책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남긴 흔적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수를 세어야 했고 땅의 크기를 측정해야 했으며 계절과 천체의 움직임을 이해해야 했다. 처음부터 추상적인 공식을 만들기 위해 수학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학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그리스로 이어지고 다시 중국과 인도, 이슬람 세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수학이 어느 한 문명이나 몇몇 천재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식이 전달되고 수정되면서 발전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0’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지금은 0이 너무나 당연한 숫자이지만 인간이 처음부터 0을 하나의 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는 상태를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고 계산의 체계 안에 포함한다는 생각 자체가 당시에는 커다란 사고의 전환이었다. 인도에서 발전한 0과 숫자 체계가 이슬람 세계를 거쳐 전파되면서 계산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중요한 발전은 이렇게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을 만들어내는 순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계산하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없음’까지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순간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세계도 넓어진 것이다.


 책에서 실제로 공개된 본문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세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수학자들은 늘 어제의 발견을 토대로 오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어떤 문제는 우리가 가진 도구로는 아직 풀 수 없다.”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수학이 있다.”


 이 세 문장은 서로 다른 시대의 수학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표현처럼 느껴졌다. 첫 번째 문장은 지식의 축적을, 두 번째 문장은 인간 지식의 한계를, 마지막 문장은 현대 사회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수학자들은 늘 어제의 발견을 토대로 오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흔히 위대한 발견을 한 천재의 특별한 능력에 집중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라도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이전 사람들이 남긴 문제와 발견을 배우고, 거기에 새로운 질문을 덧붙이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이것은 직장생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경험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하나의 업무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조금씩 판단 기준이 생긴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현재에도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다. 수학 역시 기존의 이론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기존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며, 때로는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믿었던 전제를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전 과정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오랫동안 유클리드 기하학을 공간을 설명하는 절대적인 체계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기존의 전제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전혀 새로운 기하학이 등장했다. 이는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도 어떤 조건에서는 다시 질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수록 이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신뢰하게 된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결했다”는 판단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 새로운 상황에서도 항상 옳은 판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경험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수학의 발전을 이끈 사람들은 기존 지식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면서도 그 지식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끊임없이 질문했다. 경험을 존중하되 경험에 갇히지 않는 태도라는 점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책에서 소개되는 수학자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수학을 매우 냉정하고 객관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수학의 역사 자체는 인간적인 갈등으로 가득했다.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둘러싸고 수학자들이 공개 대결을 벌였고, 뉴턴과 라이프니츠 사이에서는 미적분학을 누가 먼저 발견했는지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결국 가장 논리적인 학문을 발전시킨 사람들도 명예와 경쟁심, 자존심을 가진 인간이었다. 이 사실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위대한 발견은 언제나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경쟁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반대로 협력과 지식의 공유 역시 수학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에서 만들어진 지식이 번역되고 전달되면서 새로운 발견의 기반이 되었다. 한 문명의 지식이 다른 문명으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된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전달되었다.


 이 과정은 오늘날 조직에서 지식이 축적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뛰어난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보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다음 사람이 그 지식을 발전시키는 조직이 장기적으로 강하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식이 전달될 수 있는 구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수학의 발전이 현실의 문제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확률론 역시 처음부터 거대한 이론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도박 게임이 중간에 끝났을 때 판돈을 어떻게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에서 발전했다. 인간의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새로운 사고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좋은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좋은 답을 찾는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만, 역사를 바꾼 발견들을 살펴보면 그 이전에 좋은 질문이 있었다.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에 “왜 그런가?”라고 질문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상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력이 쌓일수록 답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후배들은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답을 기대하고, 조직 역시 신속한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때로는 빠른 답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잘못된 질문에 아무리 정확한 답을 내놓아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의 역사』는 내게 ‘답을 잘 찾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책의 후반부에서 수학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능력은 마치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그 아래에는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수학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패턴을 찾고 데이터를 추상화하며 알고리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역시 오랜 수학적 발전 위에서 가능해졌다.


 최신 기술일수록 오히려 오래된 기초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전의 지식이 빠르게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새로운 기술일수록 탄탄한 기본 원리를 필요로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기초적인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 책은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꾸어준다. 수학의 역사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은 평생 하나의 문제를 연구하고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방법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해결하려 했던 일부 작도 문제가 애초에 주어진 조건에서는 풀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 실패가 아니라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해답이 된 것이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직장에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충분히 검토한 끝에 어떤 방법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한 성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느냐일 것이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나는 지식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젊었을 때는 많이 알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일수록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책 속의 “어떤 문제는 우리가 가진 도구로는 아직 풀 수 없다”는 문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무능함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한 출발점일 수 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질문할 수 있고, 질문해야 새로운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학의 역사』를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수학이 정답을 가진 사람들의 역사가 아니라 끝없이 질문했던 사람들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나는 공식은 너무나 완벽해서 처음부터 그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실패와 논쟁, 경쟁과 협력, 그리고 때로는 평생 해결하지 못한 질문들이 있었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 역시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이 적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방법을 반복하는 것은 편하지만, 세상이 변하면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정해진 계산과 정보 검색, 일정한 형식의 분석은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수행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을 계산할 것인지, 무엇을 의심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며 나는 수학을 숫자와 공식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온 하나의 거대한 언어로 다시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질문이 다음 사람의 출발점이 되고, 한 시대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수백 년 뒤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식이란 개인이 소유하는 것보다 세대를 이어 전달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나 역시 일을 하거나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빨리 정답을 찾으려고만 하기보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고 싶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한 번 더 의문을 가져보고,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실패라고 판단하지 않는 여유도 갖고 싶다.


『수학의 역사』를 읽으며 수천 년 전 이름조차 남지 않은 사람들이 던졌던 작은 질문들이 오늘날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묘한 감동으로 남았다. 내가 지금 던지는 질문의 답을 반드시 내가 찾지 못하더라도, 좋은 질문은 언젠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움직일 수 있다.


 정답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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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코어
오타쿠코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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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오타쿠’라고 하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 속 캐릭터에 깊이 빠져 있는 젊은 세대의 문화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오랫동안 조직생활을 해온 나에게 오타쿠라는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내가 직접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오타쿠를 특정한 문화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한정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넓게 생각한다면 나 역시 무언가의 오타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역시 애니메이션과 웹툰, 웹소설뿐 아니라 케이팝, 밴드, 영화와 음악까지 오랫동안 여러 대상을 좋아해온 사람이다. 책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오타쿠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거 다 아는 내용 아니야? 왜 또 봐?”, “가짜 캐릭터한테 왜 울어?”, “고작 종이쪼가리가 왜 그렇게 비싸?” 같은 질문들이다. 얼핏 보면 가벼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다른 사람의 취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꽤 진지한 문제가 숨어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취향에도 사회적인 서열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 와인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 교양이나 안목이라고 부르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아이돌, 웹소설에 같은 정도로 빠져 있으면 과몰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을 좋아하느냐의 차이일 뿐, 한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공부하며 즐거움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정한 물건이나 분야를 깊이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했지만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역사와 제작 방식, 작은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바로 그 순간부터 취미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하나의 세계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가 이러한 몰입을 부끄러워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현대인의 삶은 효율과 결과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직장에서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했는지가 중요하고, 일상에서도 시간과 비용을 따져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다. 무엇인가를 할 때 자연스럽게 “그래서 이것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취미의 세계에서는 이런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다고 승진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작품의 설정을 자세히 안다고 생활이 직접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고, 수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을 하는 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책에서 공개된 표현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세 문장을 짧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거 다 아는 내용 아니야? 왜 또 봐?”
“가짜 캐릭터한테 왜 울고불고 난리야?”
“고작 종이쪼가리가 왜 그렇게 비싸?”


 이 문장들은 책의 목차에도 등장하는 질문들이다. 얼핏 보면 오타쿠를 놀리는 말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복해서 보는 이유가 있고, 허구의 인물에게도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종이 한 장으로 보이는 물건에도 자신만의 의미가 존재한다.


 특히 “왜 또 봐?”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이미 본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오래전에 들었던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같은 장면에서 웃고 같은 장면에서 감동한다. 효율이라는 기준으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새로운 것을 보는 편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 익숙한 장면과 음악을 통해 과거의 감정을 다시 만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감정의 가치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경험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생활의 상당 부분이 반복된다. 아침에 출근하고 업무를 처리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 이어진다. 책임은 늘어나지만 순수하게 설레는 순간은 줄어들기 쉽다.


 그래서 40대 후반의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오타쿠’는 젊은 세대의 특수한 문화라기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에 가까웠다. 어떤 물건의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찾아보고 싶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읽어보고 싶으며, 관심 있는 분야라면 다른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작은 차이까지 알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감정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오타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갭차이’, ‘실패의 서사’, ‘구원서사’, ‘규격 외 존재’, ‘수미상관’처럼 사람들이 특정한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작품 속 인물을 좋아하는 데는 단순히 외모가 멋지거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고, 평소 냉정했던 인물이 예상하지 못한 따뜻함을 보여주는 순간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들은 현실의 인간관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약점과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한다. 작품 속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 역시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특히 실패와 구원의 이야기가 반복해서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현실에서는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서는 실패했던 인물이 다시 일어나고, 외면받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며, 혼자였던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 우리는 그 과정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에서도 가능할지 모르는 두 번째 기회를 상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의 세계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을 단순한 현실도피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좋은 영화 한 편이나 소설 한 권을 읽은 뒤 오랫동안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는 이유도 결국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조금씩 굳어지는 것을 느낀다. 처음 만난 사람의 말투와 행동, 직책과 경력만으로 어느 정도 그 사람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타쿠 코어』를 읽으며 사람에게는 회사에서 보여주는 모습보다 훨씬 다양한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평일에는 무표정하게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주말에는 특정 밴드를 따라 전국 공연장을 다닐 수도 있고, 엄격해 보이는 상사가 집에서는 오래된 만화책을 모으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별것 아닌 취미처럼 보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일상의 피로를 견디게 해주는 중요한 세계일 수 있다.


 이 점에서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회사에서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과거에는 취미에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을 여러 개 가지고 있거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작은 차이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행동을 굳이 설명하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취향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생활을 무너뜨릴 정도로 소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책임을 다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좋아하는 것을 즐긴다면, 그것을 반드시 효율이나 필요성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취미에는 어느 정도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울 수도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특히 공감하게 된 부분은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안에서 생활하기 쉬워진다. “그걸 지금 알아서 뭐 하겠나”, “그 나이에 그런 것을 왜 좋아하나”라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 삶의 세계는 조금씩 좁아질 것이다.


 반대로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파고드는 사람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진다. 그 관심이 음악이어도 좋고 운동이나 책, 자동차, 시계, 만년필, 영화처럼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좋아하느냐보다 여전히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게 취미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나이 들어가는 방식에 관한 책처럼 읽혔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 자신이 실제로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좋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귀한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잘하는 능력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무엇인가를 깊이 좋아하는 능력은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대상을 오래 좋아하려면 관심과 시간, 애정이 필요하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알고 싶고, 더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차이를 발견하며, 그 차이를 발견하면서 다시 즐거움을 얻는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앞으로 새로운 취미를 반드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이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너무 쉽게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장과 가족, 사회적 책임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좋아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삶의 일부다.


 또한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대해지고 싶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누군가가 열광하고 있다면 “그게 왜 좋아?”라고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걸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 작은 차이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타쿠라는 단어를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사람도, 하나의 운동에 몇 년을 빠져 있는 사람도, 특정한 물건을 수집하고 그 작은 차이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넓은 의미에서는 모두 자신의 세계를 가진 오타쿠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느냐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는 대신 쉽게 감탄하지 않게 되고, 무엇을 보더라도 먼저 필요성과 효율을 따지는 사람이 되기 쉽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계산하면서 살아간다면 삶에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무엇인가를 보고 괜히 설레고,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지고,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혼자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고 싶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내 안에 호기심과 열정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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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창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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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조직이나 기존 질서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반골’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고집이 세고 권위에 저항하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받아들인 반골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에 가까웠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오랜 시간 조직생활을 해오다 보면 ‘순응’과 ‘소신’ 사이에서 고민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조직에는 이미 만들어진 규칙과 관행이 있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 특히 경력이 쌓이고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보다 검증된 방식을 따르게 된다. 젊었을 때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쉽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반골은 지금의 나에게 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나는 경험이 많아져서 신중해진 것인가,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 하고 있는 것인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는 것은 분명 다른데, 어느 순간 그 둘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반골은 단순히 사회와 조직에 반항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것이 다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남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잠시 멈춰 “왜?”라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선택의 결과까지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이러한 태도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특히 조직에서는 상사와 동료의 평가가 자신의 위치와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분위기에 맞춰 침묵하거나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그것이 반드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협과 양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타협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기준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은 경계해야 한다. 처음에는 상황 때문에 한 번 양보했지만, 어느 순간 무엇이 옳다고 생각했는지조차 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골을 읽으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모든 일에 반대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왜 동의하고 왜 반대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메시지를 내가 인상 깊게 받아들인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들이 모두 같은 길을 간다는 이유만으로 그 길이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골은 세상과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성공한 삶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한 삶이 오래 남는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문장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느꼈다. 반골의 본질은 다른 사람에게 반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조직에도 반골형 인물이 있다. 회의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인데도 다른 의견을 말하고, 오랫동안 해오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때로 조직에서 불편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회의가 길어지고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보며 ‘굳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조직의 중요한 실패는 아무도 몰라서 발생하기보다, 누군가는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침묵하고, 윗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견을 접다 보면 잘못된 판단이 조직 전체의 결정으로 굳어진다. 그런 순간에는 오히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반골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할 용기만큼이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거가 바뀌었는데도 기존의 주장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아집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반골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듣되 최종 판단은 스스로 하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점은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다.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경험한 성공과 실패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경험은 분명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각을 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과거와 현재의 조건이 이미 달라졌는데도 같은 답을 적용할 때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반골 정신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의 내가 만든 기준에 현재의 나까지 무조건 순응할 필요는 없다. 10년 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고, 젊은 시절 세웠던 성공의 기준을 평생 유지할 이유도 없다.


 40대 중반은 그런 의미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사회 경험이 쌓였고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된다.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주변의 기대와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모습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안정은 얻을 수 있어도 자신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일찍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책을 읽으며 ‘성공’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좋은 직장, 높은 직책, 많은 소득, 넓은 집처럼 사회적으로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에서 삶을 안정시키는 데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갖추고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회적 기준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결국 어느 쪽이 성공한 삶인지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젊을 때는 목표가 비교적 명확하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인정받고, 승진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 과정을 지나온 뒤에는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어렵다. 다른 사람의 삶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가족관계와 성격, 가치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답을 찾으려면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조금 떨어져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며 반골은 거창한 선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회의에서 모두가 동의할 때 다른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주변 사람들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하지 않는 것,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길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판단에서도 반골의 태도는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온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소신대로 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자신의 판단이 왜 틀렸는지 돌아보고 다음 선택을 수정해야 한다.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것은 결과까지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해왔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충분히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조직의 분위기나 주변의 평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에 영향을 받은 선택도 많았을 것이다. 인간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는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한 번쯤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다. 그 답이 실제 선택과 너무 다르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골을 읽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자기 생각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젊을 때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아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직장과 가족, 사회적 위치와 평판처럼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새로운 길보다 익숙한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금까지의 삶을 뒤집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은 훨씬 현실적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일부러 반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요한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의 지금 나는 젊었을 때보다 세상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문제도 많고, 조직에서는 개인의 소신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도 많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무조건적인 반항이 아니라 생각하는 반골이라고 느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되 생각까지 맡기지 않고, 조직의 질서를 따르되 잘못된 관행에는 질문하며, 성공을 추구하되 성공의 기준까지 남에게 맡기지 않는 태도다.


 앞으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기보다 중요한 순간에 내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시에 내 생각이 틀렸을 때는 체면 때문에 고집하지 않고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 필요한 진짜 용기일지도 모른다.


 반골은 내게 세상에 반항하라고 말하는 책으로 남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의 기준과 내 기준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책으로 남았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적어도 중요한 순간에는 내 생각으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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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 눌림목 매매법 - 손절에서 익절로, ‘반전의 터닝포인트!’
파동마스터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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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단순히 차트를 보고 주식을 사고파는 기술만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제목만 보면 특정한 차트 패턴을 이용해 단기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기준과 확률, 그리고 기다림이다. 시장의 방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손실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보면 젊은 시절과는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예전에는 좋은 종목을 남보다 빨리 발견하거나 큰 상승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번의 큰 성공보다 자신의 판단 기준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무엇이 오를 것인가”보다 “어떤 상황에서 들어가고, 어떤 상황에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에서 말하는 눌림목은 상승하던 주가가 계속 직선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쉬어가는 구간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달리던 말이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에 비유한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매수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상승의 흐름이 확인된 종목에서 일시적인 조정인지 판단한 뒤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위치를 찾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싸게 사는 것’과 ‘떨어진 것을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매수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락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우리가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가격 아래에도 또 다른 바닥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접근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이 살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차트를 미래를 맞히는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차트를 통해 내일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책 속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부분을 실제 공개된 원문에서 짧게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차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확률을 판단하는 도구입니다.”
“차트는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남긴 발자국입니다.”
“실전 매매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왜’가 아니라 ‘어디서’입니다.”

 이 세 문장은 책의 성격을 상당히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첫 번째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저자는 시장을 ‘맞다, 틀리다’로 접근하면 맞았을 때는 교만해지고 틀렸을 때는 좌절하지만, 확률로 접근하면 틀린 결과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 부분이 주식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오랫동안 시장을 경험해도 미래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기 쉽다. 한두 번 예상이 맞으면 자신의 분석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틀리면 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률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했더라도 실패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우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의 결과만으로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같은 기준을 여러 차례 적용했을 때 전체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책의 ‘손익비’에 대한 강조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다. 모든 매매에서 성공하려고 하기보다 예상이 틀렸을 때 얼마나 잃을 것인지와 예상대로 움직였을 때 어느 정도를 얻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승률 하나가 아니라 틀렸을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충분히 검토했음에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결정을 미룰 수도 없다. 결국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예상이 틀렸을 경우의 영향을 미리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 방식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차트를 시장 참여자들의 ‘발자국’으로 보는 시선이었다. 차트는 단순히 선과 막대가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특정 가격에서 누군가는 사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팔고 싶어 했으며, 그 결과가 가격의 움직임으로 남은 것이다. 저자는 뉴스가 움직임의 이유를 설명한다면 차트는 실제로 사람들이 어디에서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차트 분석은 단순한 그림 맞추기가 아니라 집단의 행동을 관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어느 가격에서 두려워하고, 어느 가격에서 다시 매수하며, 어디에서 이익을 실현하는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술적 분석을 지나치게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과거의 가격 움직임이 미래에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의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이전의 패턴이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차트는 판단을 돕는 하나의 도구이지 모든 정보를 대신하는 정답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직장인은 전업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과 조건이 다르다. 업무시간 동안 계속 주가를 확인할 수 없으며 순간적인 움직임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에게는 오히려 매매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저자 역시 직장을 다니며 주식을 시작했고, 초보 시절 큰 손실을 경험한 뒤 독학으로 자신의 방식을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뛰어난 투자자가 아니라 실제 손실을 경험하면서 기준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기다림’이 눌림목 매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방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기다리는 것은 다르다.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반대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하락하면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정해둔 기준을 무시하기도 한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차트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일 수 있다. 탐욕과 두려움은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판단을 흔든다. 그래서 매수하기 전에 진입 조건과 손실을 제한할 위치를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접근에 공감하게 되었다. 주가가 움직인 뒤에 기준을 만들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투자에서 ‘얼마나 많이 버는가’ 못지않게 ‘얼마나 크게 잃지 않는가’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거와 가족, 앞으로의 생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높은 수익 가능성만 바라보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눌림목’이라는 특정 기술보다 매수하기 전에 기준을 세우는 습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보고 들어갈 것인지, 어느 상황이 되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결과를 기대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매우 어렵다. 사람은 자신의 돈이 들어가는 순간 객관성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은 뒤 매매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이유를 기록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세가 살아 있다고 판단한 이유’, ‘진입한 위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조건’을 적어놓으면 이후 결과를 복기하기도 쉬울 것이다.


 또한 책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검증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에게 효과적인 매매법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투자 가능한 시간과 자금 규모, 손실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번의 성공 사례를 보고 바로 큰 금액을 투입하기보다 충분한 기간 동안 자신의 방식과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에서 배운 방법을 하나의 가설로 생각하고 실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태도가 오히려 책의 ‘확률’이라는 철학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으며 나는 ‘좋은 투자자는 미래를 잘 맞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렇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사람보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틀렸을 때 크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오랫동안 시장에 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투자에서도 기다리는 능력이 하나의 실력이라는 것이었다. 좋은 종목을 발견했다고 바로 매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좋은 흐름 안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기다렸는데 원하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보내줄 수도 있어야 한다.


 40대 중반의 지금은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잡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구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에는 내일도 새로운 종목과 새로운 기회가 나타난다.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투자 인생 전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급함 때문에 자신의 기준을 버리고 큰 손실을 입는다면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차트를 볼 때 “이 종목이 오를까?”라는 질문보다 “지금 내가 들어갈 이유가 충분한가?”, “내 판단이 틀렸다면 어디에서 인정할 것인가?”를 먼저 묻고 싶다. 그리고 좋은 기회처럼 보여도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보내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결국 가장 큰 메시지는 화려한 매매 기술이 아니었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기보다 확률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정한 기준을 지키며, 유리한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것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는 것보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더 중요한 태도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남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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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6년 실패, 중소기업 김 대리는 어떻게 6년 만에 22억을 벌었나
김동면(겨울잠)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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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22억’이라는 숫자보다 ‘6년 실패’라는 표현이었다. 투자 관련 서적은 흔히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출발점을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서 찾는다. 공무원 시험에 6년이라는 긴 시간을 쏟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이후 첫 월급 146만 원을 받는 중소기업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특별한 배경이나 물려받은 자산도 없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이 이야기를 읽으니 젊은 독자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먼저 보였다. 20대의 6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이 취업하고 경력을 쌓는 동안 시험을 준비했고, 결국 합격하지 못했다면 스스로 뒤처졌다는 생각을 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시간을 인생에서 지워야 할 실패로 남겨두지 않았다. 수험생활을 통해 익힌 읽고, 적고, 반복하는 습관을 새로운 영역으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시험에서는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시험을 준비하며 만들어진 공부 방식은 이후 전혀 다른 삶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저자가 투자 과정에서 자신만의 10페이지 노트를 만들어 활용했다는 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나는 실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과정까지 실패라고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당시에는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무엇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인지도 모른다.


 저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익힌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자료를 읽고, 중요한 내용을 적고, 다시 반복해서 확인하는 습관이었다.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학습 습관은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그는 그 방식을 투자에 적용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이 바로 ‘투자 노트’였다. 투자를 감각이나 순간적인 판단에 맡기지 않고 자신이 왜 이 대상을 선택하는지 기록하고, 이후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방법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꾸준히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결과가 좋으면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기억하고, 결과가 나쁘면 당시 상황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기록은 이러한 기억의 왜곡을 막아준다. 투자하기 전 무엇을 기대했는지, 어떤 위험을 생각했는지, 어느 조건이 바뀌면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것인지 적어두면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판단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결국 노트의 진짜 가치는 좋은 투자처를 찾아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검증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고 느꼈다.


 책의 핵심 내용을 내가 인상 깊게 받아들인 세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읽고, 적고, 반복했다.”
“투자는 감이 아니라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실패했던 6년은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다음 6년을 준비한 시간이었다.”

 첫 번째 문장은 공개된 저자 소개에서도 확인되는 저자의 핵심적인 습관이며, 나머지 두 문장은 책에서 받은 의미를 독후감에 맞게 재구성한 표현이다. 세 문장 중 내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인생에서 어떤 경험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그 순간의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후 하나의 투자 대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미국 주식과 수도권 아파트를 비롯해 금과 코인 등 서로 다른 자산을 경험하며 자신의 방법을 확장해갔다. 29세에는 1억 원으로 첫 아파트를 매수해 3억 원이 넘는 차익을 냈고, 이후 평촌과 광명 등으로 범위를 넓혀 한때 아파트 네 채를 운용했다는 이력도 소개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22억이라는 최종 숫자 자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이 책을 잘못 읽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특정 시기에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얻은 결과는 당시의 시장 환경과 개인의 선택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같은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결과가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은 저자가 선택한 특정 자산보다 선택하기까지 거친 사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성공 사례를 읽을 때는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방법으로 투자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이렇게 해서 22억을 만들었으니 나도 똑같이 하면 된다”는 결론보다 “이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고, 무엇을 반복했으며, 실패했을 때 어떻게 수정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투자 노트가 다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시장 상황은 계속 달라지지만 생각하고 기록하고 복기하는 과정은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샀는가보다 왜 샀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오래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 우리는 결과에 만족하고 바로 다음 업무로 넘어가기 쉽다. 실패하면 가능한 한 빨리 잊고 싶어진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기록하고 돌아보지 않으면 경험이 많아져도 판단력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같은 일을 오래 한 것과 경험을 통해 성장한 것은 다른 문제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이 차이를 더욱 크게 느낀다.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이 강한 확신으로 굳어지면 새로운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되돌아보는 습관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것은 평범한 직장인의 시간 활용이다. 직장인은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출퇴근과 업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도 실제 공부와 행동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투자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월급을 받으며 생활해야 하는 직장인이었다. 결국 차이를 만든 것은 하루에 갑자기 많은 시간이 생긴 것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서 공부를 반복했다는 점이었다. 이 대목은 직장인인 나에게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위해 완벽한 환경을 기다리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나는 특히 ‘월급’에 대한 시각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투자 서적에서는 월급만으로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월급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현금이 계속 들어오는 직장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다릴 수도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직장과 투자를 서로 반대되는 선택으로 생각하기보다 일정 기간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직장에서 얻는 소득과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의 선택권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 역시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하기 싫은 일을 돈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을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내게는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이 책은 동시에 자산이 늘어날수록 선택보다 관리가 중요해진다는 점도 생각하게 했다. 처음에는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일정한 규모가 만들어진 뒤에는 무리한 욕심으로 지금까지 쌓은 것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20대와 30대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40대 이후에는 가족과 앞으로의 삶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는 ‘얼마나 빨리 22억을 만들 수 있을까’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선택권을 넓힐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책의 성공담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나의 나이와 책임, 생활환경에 맞게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저자의 이야기는 학벌이나 직장 이름이 한 사람의 가능성을 완전히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첫 월급 146만 원이라는 출발점과 6년간의 수험 실패만 보면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능력, 즉 오랜 시간 공부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활용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쉽다. 더 많은 돈이 있었으면, 더 좋은 직장이었으면,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출발 조건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바꿀 수 없는 조건만 생각한다고 현재의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사례는 결국 자신에게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투자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다.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과가 좋으면 그 이유를 세밀하게 기록하지 않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빨리 잊으려 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무엇을 선택하느냐 못지않게 선택의 근거를 남겨두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중요한 판단일수록 ‘왜 이것을 선택했는가’, ‘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현재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미리 적어보는 방법은 투자뿐 아니라 직장과 개인적인 의사결정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록하는 순간 막연했던 생각이 구체적인 문장이 되고, 문장이 되면 스스로의 논리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인생에서 실패한 시간까지 결국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이후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공무원 시험에서 보낸 6년만 놓고 보면 저자에게는 분명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기간에 만들어진 공부 습관이 이후 6년을 바꾸었다면 앞의 6년을 단순히 버린 시간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 나 역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었던 선택도 있고,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선택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그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 실패를 후회의 근거로 남길 것인지, 다음 판단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자료로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22억이라는 성공담을 앞세운 책처럼 보이지만, 내게 더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그 앞에 놓인 ‘6년의 실패’였다. 큰돈을 벌었다는 결과보다 실패한 뒤 자신의 습관을 버리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한 과정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책을 덮으며 나는 앞으로 투자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판단에서도 결과만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성공했을 때는 무엇이 맞았는지 확인하고, 실패했을 때는 무엇을 놓쳤는지 적어두며, 그 경험을 다음 선택에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실패를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6년의 실패를 다음 6년의 밑거름으로 바꾼 저자의 이야기가 내게 남긴 가장 큰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었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그 시간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찾고, 지금 가진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 그것이 화려한 성공 공식보다 오래 가져갈 수 있는 이 책의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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