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권민창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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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조직이나 기존 질서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반골’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고집이 세고 권위에 저항하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받아들인 반골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에 가까웠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오랜 시간 조직생활을 해오다 보면 ‘순응’과 ‘소신’ 사이에서 고민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조직에는 이미 만들어진 규칙과 관행이 있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 특히 경력이 쌓이고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보다 검증된 방식을 따르게 된다. 젊었을 때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쉽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반골은 지금의 나에게 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나는 경험이 많아져서 신중해진 것인가,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 하고 있는 것인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는 것은 분명 다른데, 어느 순간 그 둘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반골은 단순히 사회와 조직에 반항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것이 다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남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잠시 멈춰 “왜?”라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선택의 결과까지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이러한 태도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특히 조직에서는 상사와 동료의 평가가 자신의 위치와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분위기에 맞춰 침묵하거나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그것이 반드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협과 양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타협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기준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은 경계해야 한다. 처음에는 상황 때문에 한 번 양보했지만, 어느 순간 무엇이 옳다고 생각했는지조차 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골을 읽으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모든 일에 반대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왜 동의하고 왜 반대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메시지를 내가 인상 깊게 받아들인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들이 모두 같은 길을 간다는 이유만으로 그 길이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골은 세상과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성공한 삶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한 삶이 오래 남는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문장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느꼈다. 반골의 본질은 다른 사람에게 반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조직에도 반골형 인물이 있다. 회의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인데도 다른 의견을 말하고, 오랫동안 해오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때로 조직에서 불편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회의가 길어지고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보며 ‘굳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조직의 중요한 실패는 아무도 몰라서 발생하기보다, 누군가는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침묵하고, 윗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견을 접다 보면 잘못된 판단이 조직 전체의 결정으로 굳어진다. 그런 순간에는 오히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반골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할 용기만큼이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거가 바뀌었는데도 기존의 주장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아집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반골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듣되 최종 판단은 스스로 하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점은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다.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경험한 성공과 실패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경험은 분명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각을 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과거와 현재의 조건이 이미 달라졌는데도 같은 답을 적용할 때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반골 정신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의 내가 만든 기준에 현재의 나까지 무조건 순응할 필요는 없다. 10년 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고, 젊은 시절 세웠던 성공의 기준을 평생 유지할 이유도 없다.


 40대 중반은 그런 의미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사회 경험이 쌓였고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된다.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주변의 기대와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모습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안정은 얻을 수 있어도 자신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일찍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책을 읽으며 ‘성공’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좋은 직장, 높은 직책, 많은 소득, 넓은 집처럼 사회적으로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에서 삶을 안정시키는 데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갖추고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회적 기준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결국 어느 쪽이 성공한 삶인지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젊을 때는 목표가 비교적 명확하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인정받고, 승진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 과정을 지나온 뒤에는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어렵다. 다른 사람의 삶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가족관계와 성격, 가치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답을 찾으려면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조금 떨어져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며 반골은 거창한 선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회의에서 모두가 동의할 때 다른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주변 사람들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하지 않는 것,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길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판단에서도 반골의 태도는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온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소신대로 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자신의 판단이 왜 틀렸는지 돌아보고 다음 선택을 수정해야 한다.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것은 결과까지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해왔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충분히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조직의 분위기나 주변의 평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에 영향을 받은 선택도 많았을 것이다. 인간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는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한 번쯤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다. 그 답이 실제 선택과 너무 다르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골을 읽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자기 생각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젊을 때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아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직장과 가족, 사회적 위치와 평판처럼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새로운 길보다 익숙한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금까지의 삶을 뒤집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은 훨씬 현실적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일부러 반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요한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의 지금 나는 젊었을 때보다 세상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문제도 많고, 조직에서는 개인의 소신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도 많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무조건적인 반항이 아니라 생각하는 반골이라고 느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되 생각까지 맡기지 않고, 조직의 질서를 따르되 잘못된 관행에는 질문하며, 성공을 추구하되 성공의 기준까지 남에게 맡기지 않는 태도다.


 앞으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기보다 중요한 순간에 내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시에 내 생각이 틀렸을 때는 체면 때문에 고집하지 않고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 필요한 진짜 용기일지도 모른다.


 반골은 내게 세상에 반항하라고 말하는 책으로 남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의 기준과 내 기준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책으로 남았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적어도 중요한 순간에는 내 생각으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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